[슈퍼개미 열전] ② 손용재…"카드깡 신세에서 수억대 연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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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으시겠지만 특별한 투자기법은 없습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원칙을 지키는 게 비법 아닌 비법입니다"
전업투자만 10년을 했다는 재야 주식투자 고수 손용재씨(41)는 투자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미 수많은 투자 기법들이 각종 서적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알려진 만큼, 특별하거나 새로울 게 없다고 했다.
서울 신도림역 근처 오피스텔에서 옛 투자동호회 등 동료 4∼5명과 함께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그는 마치 불가(弗家)에서 선문답하듯 이야기했다. 투자비법은 스스로 알고 있는 원칙 등에 이미 담겨 있다는 얘기다. ◆ 데이트레이더의 철칙은 손절매
손씨는 작년 하이투자증권(옛 CJ투자증권)이 진행한 실전투자대회에서 10주 동안 388%의 수익률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두 달간 열린 교보증권의 실전투자대회에서는 수익률 697%를 기록해 역시 1위에 올랐다.
2007년에 참가한 하이투자증권 실전투자대회의 수익률은 921%에 달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차례 분, 초 단위로 거래하는 스캘핑(Scalping,초단타매매)으로 거둔 성과다. "데이 트레이더의 철칙은 손절매라고 봅니다. 어차피 3% 떼기(수익을 내는 것) 하는 것인데 한 종목에서 2% 넘게 손해 나면 더 볼 필요도 없이 매도해야죠. 그런데 투자자중 열이면 아홉은 이걸 못 해요"
손씨도 손절매 원칙 하나를 지키는데 수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1990년대 후반 전업투자자로 나선 이후 번번히 주식투자에 실패해 한때는 빚이 4억원을 넘기도 했다. 돈 빌릴 곳조차 없어 카드깡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았다. 주식투자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쯤이다.
손씨는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사법고시 준비하듯 하루 온종일 주식투자에만 매달렸다. 시장에 알려진 나름 고수라는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했다."고시생들은 언제가 됐든 합격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몇 년씩 공부에 매달리잖아요. 저도 당장은 힘들지만 언제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미친듯이 매달렸거든요. 그러니까 언제부턴가 (주식매매로) 절대 안 잃게 됐습니다"
◆ 종목선정은 시장이 알아서
손씨가 꾸준히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하반기부터다. 대세 상승장이어서 시장 상황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손씨 나름대로 세운 투자방법이 적중한 덕분이다. 이후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수익을 못 낸 달이 없다.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법이 없다고 해도 투자 방법은 있을 터. 일단 종목을 어떻게 선정하는 지 물어봤다.
"종목은 제가 고르는게 아닙니다. 시장에서 알아서 골라줍니다. 요즘에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대체에너지 관련주와 새만금, 대운하, 자전거, 바이오 테마주 등이 투자 대상입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도 눈에 띄네요"
한마디로 강한 테마가 형성돼 있거나 확실한 재료로 증시 상황과 관계 없이 오를 수 있는 종목만 쳐다본다는 얘기다.
"수급이 받춰줘야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무조건 거래량이 많은 게 좋은 종목입니다. 외국인이든 세력이든 수급을 터뜨려주면 그 때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이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저는 수저 하나 얹을 뿐이에요"
반대로 거래가 별로 없는 종목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잠복근무 하듯 스스로 좋은 종목이라고 판단하고 미리 사놓고 오르기만을 기다리는데 그런 종목은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 현재가와 20일선을 체크하라
이렇게 종목을 선정한 뒤에는 딱 두 개만 체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가와 20일 이동평균선이 그것이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현재가 화면을 보고 있으면 주문이 체결되는 게 눈에 보입니다. 거래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확인할수 있는 화면이죠. 여기서 기세를 확인하고 나면 단가를 나름대로 정해 주문을 하고, 저가 매수 후 곧바로 파는 것이죠. 단, 아무리 저가에 매수한다 해도 생명선인 20일 이평선 이하에서는 절대 사면 안 됩니다"
실제 그의 단말기 화면에는 개별 종목의 현재가 창 수십개와 20일 이동평균선, 그리고 뉴스 화면만이 떠 있었다. 각종 차트들로 가득 찬 데이 트레이더들과는 차별화 된 부분이다.
"심리선, 이격도, 스토캐스틱 등 투자 보조지표는 안 믿습니다. 이미 지나간 기록을 연결한 것에 지나지 않거든요. 상승장에서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은데 작년 11월 같이 장이 폭락해 버리면 차트가 다 망가집니다. 보조로 보면 좋긴 하겠지만 투자지표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투자 보조지표 대신 손씨는 공시와 뉴스를 꼼꼼히 챙긴다. 오후 3시 장이 끝나고 나면 장중에 미쳐 확인하지 못했던 이슈를 분석하고, 급등락 한 종목의 재료를 진단하는 시간을 갖는다. 바둑으로 치면 복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투자종목 선정과 향후 전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투자해서 한 달에 2000만~3000만원 가량을 번다고 했다. 종자돈은 5000만원이다. 수익이 나면 한 달에 한 번 정산을 해서 종자돈 5000만원 이외에는 모두 다른 계좌에 넣는다.
"투자는 기법이 30%이고 나머지 70%는 마인드에요. 결국 데이 트레이더는 투자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투자원칙을 세우기 전까지 소액 투자를 통해 트레이딩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실수가 있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잘못된 투자는 곧바로 인정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멋모를 때 손해보다가 이제 좀 알 듯 하니까 돈이 없다.' 실수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꾸준히 한다면 주식투자로 수익 내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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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사진=뉴스팀 김기현 기자 k2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