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과 유럽에 "배드뱅크 설립하라" 훈수

[한경닷컴] 중국 최대 배드뱅크(부실자산처리기관) 수장이 미국과 유럽에 중국식 부실채권 처리모델을 따를 것을 충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신다 자산관리공사의 톈궈리 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늦게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바람에 스태그네이션(경기불황속 물가급등)에 진입한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서방국가들도 배드뱅크를 설립해 조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톈 총재는 “은행이 부실자산을 갖고 있는 것은 사과의 일부가 썩기 시작한 것과 같다”며 “썩은 부분을 일찍 도려내지 않으면 나머지 부분도 곧 썩게 된다”고 지적했다.미국은 금융권 구제를 위해 당초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한 바 있다.중국은 지난 1999년 신다를 비롯,4대 자산관리공사를 세워 총 1조4000억위안(약 280조원)에 이르는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의 부실자산을 인수했다.2000년에도 추가로 총 1조위안(약 200조원)의 부실자산을 사들였다.중국은 미국이 지난 1989년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위기 당시 설립했던 정리신탁공사(RTC)를 모델로 자산관리공사를 세웠지만 이제 미국에 다시 이 모델을 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실채권 처리방식으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중은 10%포인트 정도 낮아졌지만 자산관리공사로 옮겨진 부실자산이 중국 금융시스템의 숨은 리스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