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변한 '캘리포니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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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시달리고 빈곤층 급증"'황금의 땅'에서 '악몽의 땅'으로."
19세기 골드 러시의 주 무대이자 미국인들에게 최근까지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꿈의 상징으로 통했던 캘리포니아주가 이제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실업자의 이미지로 전락해버렸다. 경기침체의 한파가 가장 먼저 들이닥치며 주정부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경제 규모가 1조8000억달러로,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해 흔히 미국 경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로 통한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콘트라코스타 카운티에선 이달 들어 푸드 스탬프(빈곤층에 지급하는 식량쿠폰)를 받으려는 신청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65% 급증했다. 하지만 콘트라코스타 지방정부 측은 올 들어 푸드 스탬프 지급과 같은 사회안전망 예산을 지난해보다 2500만달러나 삭감해야만 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적자가 2010년 중순까지 4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공공복지 예산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률 또한 캘리포니아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실업률은 9.3%로,1994년 1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산업 부문에선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실업률이 20%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주를 떠나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인구 수는 총 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총인구 3800만여명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1990년대 초 불황 시기에도 한 해 36만명의 인구가 유입됐던 점에 비춰볼 때 캘리포니아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나빠졌음을 의미한다고 주정부 측은 밝혔다.
이와 관련,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미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저성장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때보다도 훨씬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