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심은 통한다

구영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때여서인지 직원 채용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나 면접에서 눈여겨 보는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재를 찾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정답처럼 한 가지 요소만 꼽기도 어려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동안 채용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필자 회사의 인지도가 낮았던 몇 년 전,면접 때면 가끔 웃지 못할 일들이 생겼다. 자신감이 지나쳐 나를 뽑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사람,이 회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며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회사인지,무슨 업무를 하게 될지 알아보지도 않고 지원했다가 다양한 판매자에게 열려있는 오픈마켓이란 말에 피라미드 판매 회사로 오해하는 구직자도 있었다. 기업이나 구직자 입장에서 한정된 시간에 서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튀어야 차별화가 된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경험이나 경력 등의 실체는 없고 표현만 화려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본인이 지원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만을 끼워맞추기식으로 부각하다보니 강점이 될 수 있는 다른 장점들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 취업 전문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서류 통과하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합격자가 전하는 면접 노하우' 등 취업 족보라 불리는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력서부터 자기소개서 등에 합격한 경험자들의 자료를 참고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원하는 업무가 모두 다를텐데 다른 사람의 경력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식만 쫓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취업은 단순히 직장을 찾는 일이 아니라 구직자와 기업 간 관계를 맺는 과정이고,관계의 핵심은 '진정성'과 '성심성의로 임하는 자세'에 있다. 진정성을 가지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왜 이 회사에 지원하려고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남과 어떤 점이 다른지,그 부분이 강점이 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분석해서 솔직하게 보여준다면 그 어떤 족보를 참고하는 것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진솔한 마음가짐과 성의 있는 태도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면접관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능력이 있는 데도 입사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마 취업 준비과정에서 본인이 진정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취업 준비는 이력서를 쓰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그 업무를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할 때부터 시작된다. 조금 더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고,조금 더 진솔하게 자신만의 차별성을 드러내보자.화려한 수식어보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은 언제 어디서든 통하기 마련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