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ㆍ당뇨 치료에 한걸음 더 다가간 '줄기세포'

정형민 교수 < CHA의과대학교 >

●배아줄기세포‥최근 美 FDA에서 첫 임상 허가
무한대로 증식ㆍ분화 '만능세포' 수정란ㆍ난자서 추출…윤리 논란

●성체줄기세포…주로 연구 중인 세포치료제
체세포서 채취 윤리문제 없어…분화능력 배아줄기보다 떨어져

지난 1월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허가하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척수손상 환자가 정상인처럼 활보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줄기세포는 크게 착상하기 전 수정란 또는 난자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와 각종 체세포,골수,지방,제대혈(탯줄혈액)에서 유래한 성체줄기세포로 나뉘어진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는 난치성의 정도가 심각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의료비용이 큰 질병이 우선적인 치료대상이다. 대표적으로 뇌질환(파킨슨병 뇌졸중 척수손상),심근경색,당뇨병,간질환,근골격계질환(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혈액암(백혈병 악성빈혈)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세포치료제는 성체줄기세포 위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0여종의 세포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인데 이들 모두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절대 다수가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다.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는 윤리적 문제가 없고 세포의 채취가 용이한 데다 30년 전부터 혈액암 등의 치료에 골수 및 제대혈을 이식한 풍부한 경험이 있어 연구가 수월하다.

그러나 세포의 분화 및 증식 능력이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떨어지고 환자 또는 세포공여자(제대혈 포함)로부터 채취한 줄기세포가 어떻게 질병 부위로 이동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증상이 다소 나아졌다는 보고는 있지만 불구에 빠진 사람이 걷거나 의식을 회복할 정도로 호전됐다거나 장기나 조직의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복구됐다는 발표는 아직 없다.

배아줄기세포는 만능세포로서 무한대의 증식능과 모든 세포로의 분화능력을 지니고 있어 가장 유망한 세포치료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생명윤리에 저촉될 수 있는 데다 세포 이식 시 종양이 형성되는 문제로 개발이 지연돼왔다. 예컨대 배아줄기세포를 그대로 이식하거나,배아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가 될 줄기세포를 분리하려는데 뼈나 모발이 될 미분화세포(불순물)가 섞여 있으면 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런데 최근 약품처리나 여과,유전자조작 등을 통해 종양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미분화세포 제거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허용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는 그동안의 미분화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 이식에서 진일보하여 특정 기능성 분화세포를 세포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대전환의 신호탄을 쏴올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황반변성,노인성 실명,제1형 당뇨병 등의 세포치료제와 인공혈액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준비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수정란을 이용한 일반 줄기세포와 난자에서 유래한 처녀생식 줄기세포는 증식능력과 분화능력이 증명됐으나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대신 환자의 체세포를 삽입해 만든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아직까지 그 같은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은 1997년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가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동물인 '돌리'양(羊)을 탄생시킴으로써 발전했다.

복제동물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임신기간의 연장으로 인한 과체중 신생아의 출산,유전자 이상 동물의 출산 등의 문제점이 남아있다. 돌리의 사례처럼 조기에 퇴행성 질환이 나타나 보통 양 수명의 절반 정도만 생존한다. 그러나 복제동물의 생산과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확립은 엄밀히 다른 기술이고 이용범위도 다르다. 따라서 복제동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복제줄기세포에서도 나타난다고 할 수 없으며 실험을 통해 검증해봐야 한다. 다만 현재의 기술수준에선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최선의 맞춤형 줄기세포라고 말할 수 있다.

2006년 일본 교토대학 연구팀은 난자나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체세포만으로 배아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배아줄기세포의 생명윤리 문제를 극복하고 보다 이상적인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생산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그러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안전한 줄기세포를 생산할수 있어야만 환자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