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책자금, 성장성이 잣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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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격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0%가 자금사정이 힘들다고 하고,3분의 1은 세금과 공과금을 연체하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도 은행 유동성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부동산 PF대출 · 가계대출 부실 등으로 은행들 자체가 자산건전성 위기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신용보증기금 등과 같은 정책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정책자금 공급을 크게 늘리도록 한 것은 합당한 조치다. 그렇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고 배급 주듯 정책자금을 살포하는 것은 역선택 문제를 심화시켜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다. 선별에 있어서도 재무 · 담보 등급보다는 미래성장등급을 따져야한다. 즉 기술 능력과 경영자의 능력,사업화 능력,제품 경쟁력 등 미래 수익 및 매출의 기반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심층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평가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정형화된 평가기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과 기술,시장에 대한 경험과 안목을 지닌 우수한 평가인력이 필요하다. 기업과 기술에 대한 식견과 진단력,수혜기업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능력은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력만이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같은 정책금융기관들이 최근 자금공급 확대에 있어 기술성 · 미래사업성 같은 비재무적 평가비중을 높이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다.
지금처럼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책자금 공급을 크게 늘리게 되면 조만간 정책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대한 경영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은 부실률 관리가 아니라 정책 목적을 얼마나 충실히 달성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중소기업 전반의 위기를 미래지향적 산업구조 조정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이를 위해서도 정책금융 기관들의 미래성장성 선별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