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 하는 경영노트] 불황엔 대청소를 한다…그리고 4배 비싼 염색약을 쓴다

'불황기에는 청소용품이 잘 팔린다?' 경기 침체기에 판매 호조세를 보이는 소비재가 술이나 화장품이 아니라 청소용품이라니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이런 엉뚱한 가설을 증명한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 제1의 생활용품업체 '카오(花王)'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겨울 난데없이 청소용품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뒀다. 또 기존 제품보다 네 배나 비싼 머리 염색약을 내놔 대 히트를 쳤다.

◆상식파괴 하나…불황 때 대청소 시작된다카오는 2008년 겨울 2만5000개 전국 마트에서 '이번 겨울,온 가족이 대청소 합시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청소 캠페인을 펼쳤다. 카오는 왜 뜬금없이 이런 캠페인을 준비했을까. 카오는 과거 10년 동안 집 청소에 관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왔고,그 결과 남편이 청소에 참여하면 청소구역이 넓어지면서 대청소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실직이나 근무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남편들이 청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이는 청소용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가설이 가능하다. 카오는 이 가설을 토대로 곧바로 대대적인 대청소 캠페인을 시작했다. 할인점 등에서 대청소 기획전을 추진하고 대청소 계획표와 대청소 가이드 팸플릿도 무료 배포했다. 아울러 자녀들의 청소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청소 요령 등을 담은 초등학생용 소책자 10만부를 만들어 전국 500여개 학교에 배포했다. 예상은 적중해 전체 청소용품 시장 매출은 줄었지만 카오 제품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상식파괴 둘…오히려 고가로 승부한다불황기에는 저가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는 게 통념이다. 카오는 이 상식을 깼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염색약 '브로네 거품 컬러'는 가격이 1100엔 안팎으로 일반 제품보다 네 배나 비싸다. 하지만 두 달 만에 100만개를 팔아치우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브로네 거품 컬러'는 샴푸처럼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 염색이 가능한 상품이다. 종전 크림 타입의 염색약보다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기존 제품보다 네 배나 비싼 이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카오는 제품 개발에 앞서 흰머리 염색에 관한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크림 타입의 염색약을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 염색하기 힘들 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사를 토대로 거품 염색약 개발에 착수했다. 불황기라는 '기회'에도 주목했다. 지금까지 미용실에서 비싼 돈을 주고 염색했던 소비자들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공 비결은 철저한 소비자 분석두 사례에서 보듯 카오는 소비자들을 끈질기게 분석했다. 불황기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은 어떻게 바뀌고 원하는 제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고객들의 숨은 욕구를 파악한 덕분에 청소용품 판매나 고가 염색약 출시 등 경쟁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과감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불황기에도 소비는 일어난다. 다만 기존 방식과는 달라진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소비자들의 변화된 욕구를 찾아야 한다. 그 욕구 속에 불황 극복의 열쇠가 있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이경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