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줄줄이 '脫서울'

벽산건설ㆍ동일하이빌ㆍ삼호 등
경비 줄이고 새일감 찾기 '포석'
'인천으로,천안으로,용인으로'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회사들이 서울 본사를 잇따라 인천 · 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으로 옮기고 있다. 경비를 줄이고 새로운 일감도 찾으려는 이중 포석이다. 벽산건설은 1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를 인천으로 이전하기로 결의했다. 올해 일부 영업부서부터 이전한 뒤 2~3년 동안 순차적으로 본사 조직을 모두 옮길 예정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삼호 한양 진흥기업 일성건설 삼환까뮤 등도 타 지역에 있는 조직을 인천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로부터 형식적으로 본사 주소지만 두지 말고 실질적인 본사 기능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양은 작년 말 서울에 관리본부 일부와 주택사업본부만 남기고 건축사업과 토목사업본부 등을 이전했다. 삼호도 영업 관련 부서들을 일부 인천으로 옮긴데 이어 나머지 조직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중견업체들과 상황은 다르지만 서울 역삼동에 본사(임대)를 둔 포스코건설도 자사가 개발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내년 6월께 본사를 옮길 계획이다.

'인천행'이 러시를 이루는 것은 수도권 건설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 지역의 공사 물량도 잡고 경비도 줄이기 위해서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인천은 경인운하와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 각종 개발 계획에 따른 대형 공사 예정 물량이 많다"며 "지역 업체 우대 정책을 활용하면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공공사의 경우 금액에 따라 해당 지역 업체에만 입찰자격을 주거나 지역 건설사를 의무적으로 공동도급에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다. 앞서 동일하이빌은 지난달 서울 강남(삼성동)을 떠나 계열사인 동일토건이 있는 천안으로 옮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사 이전으로 연간 8억원가량의 경비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원건설은 2007년 서울 서초동 본사를 경기도 용인으로 이전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