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300억弗 구제금융 받자마자 1억弗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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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트너 발끈…경영 개입키로최근 3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은 미국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1억달러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하려다가 정부 개입으로 제동이 걸렸다.
14일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CEO)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통해 "보너스 지급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리디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너스 지급협상을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고 NYT가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엄청난 규모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은 AIG가 막대한 보너스를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IG의 지분 79.9%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미 정부가 경영에 적극 개입한 셈이다.
리디 CEO가 밝힌 개편안에 따르면 AIG의 파이낸셜프로덕트 부문 임원 50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960만달러의 보너스 지급은 절반만 주기로 했다. 파이낸셜프로덕트 부문은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수천억달러어치를 팔아 회사 부실을 초래한 주범이다. 리디 회장은 또 자신과 다른 6명의 고위 임원은 보너스를 이미 포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IG는 우수한 임직원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리텐션(retention) 보너스의 경우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전에 이뤄진 계약인 만큼 회사가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대신 내년부터는 리텐션 보너스 규모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AIG는 작년 초 파생상품 분야 우수 인력을 붙잡아두기 위해 최대 4억5000만달러 규모의 보너스 지급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 노력과 공적 자금 상환 실적 등을 감안해 보너스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G는 작년 9월 이후 정부에서 네 차례에 걸쳐 18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