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부업체 이용자의 한숨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정부는 다음 달 13일부터 1~3개월 연체된 5억원 이하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제도)을 시행하기로 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실시될 이 제도는 연체이자는 면제,상환이자는 원래 내던 이자의 70% 선으로 완화하고 원리금 상환기간을 신용대출은 10년,담보대출은 20년으로 대폭 늘린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채무자가 1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다수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가 없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용 중인 금융회사가 신복위 협약을 맺고 있어야 하는데,대부업체 중 협약에 가입한 곳은 예스캐피탈과 엔젤크레디트 두 곳뿐이다. 이 중 엔젤크레디트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규모가 큰 산와머니,리드코프 등의 대부업체들은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은 자금 회전을 빨리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는데 프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신용대출의 경우 상환기간이 최대 10년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현재 1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문제는 200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에서도 지적된 것이다. 개인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들이 이자 탕감은 물론 원금도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다. 자산관리공사의 환승론 등 다른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수혜 범위가 넓어 연체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지만 개인워크아웃도 프리워크아웃처럼 신복위와 금융사 간 협약이 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업체 이용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접수도 해보지 못한 채 발을 돌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첫번째 책임은 대부업체들에 있다. 비싼 TV광고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한다 한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채무자들을 외면한다면 지금처럼 '사채 업자'소리 듣는 것을 면하기 어렵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쏙 빼놓은 채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발표한 정부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