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는 지금 '학원 없어서 인터넷강의'

[한경닷컴] “우리 아들이 7살인데 주변에 유치원이 없어서 분당으로 다녀요.유치원 셔틀버스가 서판교까지는 안와서 매일 제가 데리고 왔다 갔다 해요.여기 입주자들은 유치원도 분당,쇼핑도 분당으로 가요”(대광 로제비앙 입주자 김모씨)

판교 입주가 시작된 지 3개월째,입주자들은 도시 기반시설이 미비한 판교에서의 생활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지난해 12월말 대방 ‘노블랜드’ 아파트를 시작으로 건축이 끝난 판교지구 아파트의 약 30%정도가 입주 완료됐지만 판교에는 아직까지 은행 병원 주유소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없다.3월 초순까지 판교에서 영업 중인 점포는 총 60여곳.그중 17곳이 공인중개업소다.편의시설로는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단지 내 소형 슈퍼마켓 1개,세탁소 1개,인테리어 전문업체 1개와 모아 ‘미래도’아파트 내 음식점(중국음식점) 1개가 전부이다.판교 내 개교한 학교는 초등학교 4개,중학교 4개,고등학교 1개 총 9개지만 학원이나 독서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달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서판교로 이사 온 이병우(17)군은 “근처에 학원이 없어서 인터넷강의를 듣고 학교가 있는 단대부고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려서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야 지각을 면한다”고 말했다.특히 “다음 주부터 야간자율학습이 시작하는데 버스 막차가 끊길지 몰라 걱정”이라고 전했다.서판교 운중동 전계순(77)씨는 “초등학교 4학년 손녀딸이 새벽 1시에 귀가 아프다고 울면서 깬 적이 있는데 근처에 병원이 없어서 분당까지 가 겨우 치료받았다”며 “하루빨리 판교에 병원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영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장창진씨는 “판교 집값이 비교적 싸다는 소리를 듣고 온 손님의 90%가 편의시설이 없어 발길을 돌리고 있다.개업한지 20일이 넘었는데 전세 거래만 단 1건 성사 시켰다”고 말했다.판교에 편의시설 확충이 늦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린상가 분양 지연도 한 몫한다.판교연합부동산컨설팅의 정현모 대표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은 시공사가 분양했기 때문에 전부 분양이 완료됐지만 상가조합이 분양하는 근린상가가 문제”라고 했다.그는 “조합이 토지구입 대금을 다 치르지 못해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상가 분양이 5~6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또한 판교 내 상업용지별 토지사용승낙시기가 대부분 2009년 4월로 예정돼 있어 이미 입주한 판교 주민들의 불편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판교의 판교 더원 공인중개사 황종로 대표는 “신도시를 조성해서 입주시킬 거면 도시 기반시설을 먼저 갖춘 뒤 입주시켜야 한다”며 “지금 입주한 사람들은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그는 상업지구가 개발돼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신분당선이 개통돼야 판교가 가치를 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판교(성남)=이요한 기자 dawnsh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