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대박…게임 아닌 가족문화를 팔았다

직원 4000명이 26조원…삼성 휴대폰 매출과 같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닌텐도 위(Wii) 게임기 가격은 22만원.여기에 게임 소프트웨어인 위스포츠(Wii Sports)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위핏(Wii Fit)을 사면 13만7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실제 구매가격은 35만7000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의 제조원가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연구 · 개발(R&D) 비용과 관리 · 유통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닌텐도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에 육박한다. 부가가치의 원천은 가족들 간의 체험과 유대감이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각자 좋아하는 TV 채널이나 오락거리를 골라 제 시간을 가졌던 가족들이 이제 리모컨을 들고 볼링이나 테니스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긴다. 위핏으로는 건강도 살 수 있다. 집에서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동작을 따라하면 실제 땀이 나고 체지방도 태울 수 있다.

이 게임의 TV광고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젊은이 취향을 맞추는 데 급급한 게임업계에서 닌텐도의 독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닌텐도가 파는 것은 새로운 가족문화요,감성이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모방을 통해 따라잡을 수 있지만 감성은 복제가 불가능하다. 결국 닌텐도는 제조업체도 서비스업체도 아닌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선착순 한정 판매를 예고한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던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할 수 없이 줄을 섰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고 나선 생각이 달라졌다"며 "가족들의 시간을 파는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닌텐도의 성공은 산업계가 액체사회(Liquid Society)로 진화하는 실증적 사례"라고 진단한다. 제조와 서비스로 이원화된 산업 간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업종을 초월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3월 말 결산법인인 닌텐도는 올 회계연도에 4000여명의 종업원이 26조원 상당의 매출(전년 대비 증가율 158%)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2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포진하고 있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의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수출품의 무게를 통해 그 나라의 부가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닌텐도의 부가가치에는 무게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전통 수출산업이 후발 개도국들의 거센 추격과 선진 기업들의 십자 포위망에 갇혀 있는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할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일훈/민지혜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