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23일 개원…국내 단일병원 최대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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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1200개…3세대 수술로봇 등 첨단장비 도입단일 병원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원장 황태곤)이 오는 23일 서울 강남의 요지인 옛 강남성모병원 부지에서 문을 연다. 지상 22층,지하 6층의 새 병원은 연면적 19만㎡ 규모에 1200병상을 갖춰 기존 최대 병원건물인 세브란스병원(연면적 16만9950㎡,1004병상)이나 63빌딩보다 넓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4년간 건축비 3000억원과 신규 의료장비 구입비 1300억원 등을 투입,자산가치가 총 1조원(부지비용 5000억원 포함)에 달하는 서울성모병원을 최근 완공했다고 밝혔다. 의료원은 이를 계기로 암병원과 3개 중점센터(심혈관센터,장기이식센터,안센터),12개 전문센터를 중심으로 한 첨단 의료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쾌적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갖췄다. 병원 1층부터 6층까지 개방형 유리 커튼월로 이어져 하루종일 자연 채광이 가능하다. 총 29대의 엘리베이터와 1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지하 주차장에서 로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외래진료실이나 병동을 이동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진료비 후불제 시스템을 도입해 치료 전에 진료비와 검사비를 내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개선했다.
세계 최초로 병원 내에 폐기물 전용 컨베이어와 층별 클린에어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폐기물과 공기를 통한 감염을 차단하는 등 완벽한 감염 관리체제를 구현했다. 30개 수술실 모두에 펜던트(천장에 매단 수술기구)를 설치해 수술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클린존과 더티존을 구분해 의료기구와 폐기물이 섞이지 않도록 했다. 전체 1200병상이 침대의 높이와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전동침대로 꾸며진 가운데 21층의 VIP병동에는 국내 최대 면적이자 최고가인 287㎡ 크기의 병실(하루 입원비 400만원)이 마련돼 국내외 귀빈과 수행원들이 머무를 수 있다.
의료장비도 부정맥 유발 부위를 찾아내 비정상적인 심장전도를 차단하는 '자장 로보틱 심도자 유도시스템'을 비롯해 3세대 다빈치 수술로봇,선형가속기에 CT(컴퓨터단층촬영) 비전을 복합한 암 치료장비,O자형 방사선발생장치(O암),다목적 심혈관촬영기,6슬라이스 SPECT-CT(단광자방출단층촬영장치) 등을 국내 처음으로 들여왔다. 새 병원은 의료진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적 암 치료 병원인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 출신의 전후근 전 미국 뉴욕대 의대 교수를 암병원 원장으로 앉힌 것을 비롯해 탈리 시걸(신경외과) 이상남(방사선종양학과) 박사라(종양내과) 이재영 교수(소아심장) 등을 외부에서 초빙했다.
여기에 김동욱 여의도 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등 가톨릭의료원 산하 병원에 흩어진 국내 정상급 의료진이 서울성모병원에 집결하는 등 최근 2년간 총 70여명의 교수급 의료진을 보강했다. 소장급 의료진 190명도 조만간 해외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어서 맨파워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암병원은 MKSCC와 제휴해 미국 선진 암치료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며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 10대 암 위주로 협진하는 고형암센터와 아시아 최고의 조혈모세포이식(BMT)을 자랑하는 BMT센터로 이원화해 운영한다. 심혈관센터는 승기배 교수를 센터장으로 미시간대 부산대 세종병원에서 교수급 의료진을 영입했다. 장기이식센터는 다장기 이식에 도전해 1969년 국내 최초의 신장이식에 성공한 영광을 되살리고 안센터도 국내 최다 각막이식 기관의 위상을 지켜 나가기로 했다. 병원 4층의 평생건강증진센터는 연령별 장기별 질환별로 1 대 1 맞춤 진료를 구현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사후 관리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황태곤 원장은 "아시아 최고의 첨단 진료 인프라를 구축해 가슴이 벅차지만 그동안 환자의 호주머니(경제 사정)를 생각해온 전통과 럭셔리한 새 건물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괴리감은 환자를 친절과 신뢰로 섬김으로써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이어 "내년 말까지 미국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획득해 해외 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며 "이미 재작년 말부터 안전과 환경 의료서비스 품질관리에 대한 자체 평가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