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부족함 모르고 자란 '소비 신인류'…소황제를 공략하라


'글로벌 제조 공장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생산기지'에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중국에 새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이 생산보다는 판매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앞으로 중국시장을 잡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든 글로벌 기업에 진리가 됐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변화하는 중국시장?b기업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판매전략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의 부상과 경제발전 가속화에 따른 내륙지방 신소비자층 등장,반독점법 시행 등 법제 재정비로 인한 판매채널 변화 등이 소비 지형도를 뿌리째 뒤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재정리한다.

◆커지는 '소(小)황제' 세대의 파워

개방이 시작된 1980년대에 태어난 중국 신세대가 소비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세대 인구만 줄잡아 2억명 이상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첫 세대로 소비욕구가 강할 뿐 아니라 외국 문화에 상대적으로 친숙하고 개방적이다. 또 개인 자유에 대한 애착도 훨씬 크다.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다.

상품 구매패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들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정보를 얻는 소스도 인터넷을 포함해 무척 다양하다. 앞으로 소황제 세대는 중국 소비 트렌드를 좌우할 게 확실하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앞으로 이들 신세대를 잡아야 한다. 노무라연구소는 "소황제 세대가 중시하는 가치와 브랜드에 대한 집착,그리고 어디서 소비를 위한 정보를 얻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륙 소비자의 새로운 출현중국 시장에 늦게 진출한 노키아가 먼저 진출한 모토로라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은 결코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앞서 발전한 연안 도시와 새로 개발이 이뤄지는 내륙지역 간 격차가 클 뿐 아니라,워낙 땅이 넓어 지역적 특성도 천차만별이다. 한 지역에서 잘 팔린 상품이 다른 지역에서도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노키아는 이런 특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후발주자의 약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노키아는 해당 지역을 잘아는 대리점을 발굴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한 제품을 차별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대리점 실적에 따라 취급할 수 있는 제품을 제한하는 등 인센티브 전략도 적절히 구사했다. 각 지역에 최고의 애프터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국 내륙의 거대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앙 정부의 강력한 개발정책 덕에 내륙도시의 구매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추세다. 이들 신수요층을 잡으려면 누구보다 해당 지역을 잘아는 딜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어떤 루트를 통해야 상품을 가장 잘,그리고 많이 팔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제도 변경이 부르는 시장 변화2008년 열린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개최되는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대대적인 법률 정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반독점법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법률들은 시장 지형도를 뿌리부터 뒤바꾸고 있어 면밀한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

반독점법은 외국인에 의한 M&A(인수 · 합병) 제한과 함께 카르텔 금지 및 시장지위 남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리점에 판매가격을 강제할 수 없고 대리점 영업권을 지역별로 제한하는 것도 불법이다. 또 다른 기업과 가격정책 등을 협의하는 담합도 금지된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지다.

이로 인해 가격경쟁이 심화될 조짐이며 현지 대리점 관리가 과거에 비해 훨씬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케팅 전략을 신속하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승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상거래 문화에선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쌍방향 대화가 중시되는 만큼 판매망 관리에서도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 속에서 유능한 대리점과 사업 성공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