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사업 꼭 성공시키겠다"…김준기 동부 회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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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하이텍' 자금난 해소위해 알짜 '메탈' 매각 추진김준기 동부 회장은 뚝심이 세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02년 시작한 반도체사업이 매년 적자를 내왔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천하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초기 10년에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우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임직원들을 독려한다.
産銀 "우량기업 외국에 넘길수야…" 지분인수 가능성
동부가 그룹내 최고의 우량회사인 메탈 지분을 산업은행에 팔기로 제안한 것은 "기왕 시작한 사업,반드시 성공시키자"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자금난만 벗어나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깔려 있다. 마침 동부하이텍의 파운드리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대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주선,동부의 반도체사업 착수를 지원해온 만큼 동반자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알짜 우량회사를 외국에 헐값에 넘길 바에야 적절한 수준에서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양측의 판단이다.
◆동부하이텍 어떻길래…
동부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해 동부는 2004년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200억원과 1억5000만달러를 빌렸다. 하지만 물량 공세에 나선 대만 경쟁업체들에 비해 사업규모가 작아 만성적자 구조로 돌아서면서 위기가 닥쳤다.
동부는 2007년 그룹 내 우량 계열사인 동부한농과 당시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쳐 동부하이텍으로 합병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동부하이텍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결국 같은 해 차입금 만기가 다가오면서 대출계약을 5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지난해 6500억원,올해 2500억원을 마련해 부채비율을 300%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경기 악화로 동부메탈 매각 차질동부는 곧바로 자산 매각에 들어갔다.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 웨이퍼 회사인 실트론의 지분을 7000여억원에 매각했다. 동부하이텍의 합금철 사업부를 분할해 동부메탈이란 회사를 세우고 지분매각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초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세계적인 합금철 회사인 프랑스 에라미트사를 비롯해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등과 적극적으로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동부메탈은 포스코 등 대형 장기계약 고객 비중이 70%에 달하고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덕분에 한때 1조500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에라미트사와 성사 직전까지 갔던 지분 매각은 수포로 돌아갔다. 여기에 반도체 시황마저 악화되면서 지난해 동부하이텍의 적자폭(885억원)은 전년 대비 479%나 불어났다.
◆산은 자금수혈로 숨통 트이나
국책은행인 산은이 동부그룹 자산매각을 지원할 경우 대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구조조정 참여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단기적으로 자금수급에 압박을 느끼고 있는 여러 대기업들이 은행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동부는 메탈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정밀화학(18.09%) 동부건설(14.81%) 김준기 회장(4.29%)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53.14%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각종 비메모리반도체 설계에서 생산을 포함하는 종합반도체 사업 기반을 확보한 만큼 더 이상의 추가 투자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파운드리 사업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직접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사업을 재편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LCD(액정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자체 개발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구동칩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파운드리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특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일훈/김현예/장창민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