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는 멀리 가격은 더 싸게… 소형차에 꽂히다

소형차 비중 작년보다 6%P 급등
수입차 업체도 엔트리 모델 강화
바야흐로 '소형차 전성시대'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차값도 싸고 연비도 높은 소형차 선호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경차 및 준중형급 이하 소형차의 내수판매 비중은 42.5%에 달했다. 전년 36.6%보다 6%포인트 정도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준중형급 아반떼가 20개월 만에 중형 쏘나타를 제치고 베스트셀링카로 올라서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트렌드를 적극 감안,소형차 경쟁력 강화에 한창이다. 소형차를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을 만회하자는 전략이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수입차업체들이 잇달아 중소형 '엔트리(생애 첫 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소형차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차 메이커들도 경차 신차를 속속 출시하는 동시에 기존 소형차의 연비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차…소형차 모델 강화BMW는 최근 1시리즈 쿠페 모델인 120d를 출시했다. BMW는 1 · 3 · 5 · 7 시리즈가 있는데,숫자가 낮을수록 하위 모델이다. 1995㏄ 디젤엔진을 얹은 120d는 최고출력 177마력의 파워를 내며 출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제로백)이 7.8초다. 차 길이,넓이,높이는 각각 4360㎜,1748㎜,1423㎜다. 국내 대표 준중형차인 아반떼의 4505 · 1775 · 1480㎜ 보다 작다. 정부공인 표준연비가 ℓ당 15.9㎞로 높은 게 장점이다. 가격은 3980만(기본모델)~4290만원(스포츠카)이다.

아우디는 작년 10월 해치백 스타일의 엔트리 모델인 '뉴 아우디 A3'를 내놓았다. 2000㏄ 가솔린 직분사 TFSI 엔진을 장착했고 최고 출력은 200마력이다. 제로백은 6.9초,연비는 ℓ당 11.6㎞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07년 5월 '마이비'를 출시했다. 마이비는 지난해 770대가 팔려 나가면서 소형차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35㏄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 136마력,제로백은 10.2초다. ℓ당 12.8㎞를 주행할 수 있다. 수입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골프 2.0TDI'는 2004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수입 소형차 시장을 개척한 모델로 평가된다. 지난해 모두 1326대가 팔렸다. 3070만원부터 시작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골프는 1등급 연비(15.7㎞/ℓ)를 갖고 있고 최고 출력이 140마력이다.



◆국산차…경차와 고연비로 승부국내 완성차업체들도 경차 및 소형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국내 메이커들은 불황에 따른 수요 부진을 타개할 전략 차종으로 경차를 꼽고 신차 출시에 나서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국내 첫 LPG(액화석유가스) 경차인 '모닝LPI'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비는 ℓ당 13.4㎞(자동변속기 기준)이고,최대 출력은 67마력으로 가솔린 모델(64마력)보다 힘이 좋아진 게 특징이다. 차값은 871만~1000만원(수동변속기 기준,자동변속기는 127만원 추가)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100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연료가 싸기 때문에 주행거리에 따라 2~3년 정도 운행하면 이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모닝LPI는 작년 4월 관련법이 개정돼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

GM대우자동차가 오는 9월쯤 출시할 예정인 마티즈 후속모델 'M300'(프로젝트명)도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모습이 공개돼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명이 시보레 스파크(국내명은 미정)로 정해진 M300은 배기량은 1000cc이고 4실린더 엔진이 장착된다. 최고출력 66마력이고 연비는 ℓ당 20㎞(수동변속기 기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20g에 불과하다. GM대우는 M300을 출시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구형 마티즈를 병행 생산 · 판매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은 준중형급 이하 국산 소형차의 연비도 크게 개선했다. 준중형차들은 이제 1ℓ로 15㎞ 이상 달리는 1등급 연비차들이 일반화됐을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올 들어 아반떼와 i30의 연비를 15.2㎞/ℓ(자동변속기 기준)로 높였다. 작년보다 10% 정도 개선된 것이다. 기아차도 2009년형 포르테의 연비를 종전 14.1㎞/ℓ(자동변속기 기준)에서 15.2㎞/ℓ로 향상시켰다.

GM대우는 가솔린 모델보다 연비가 높은 라세티프리미어 디젤모델을 지난달 출시했다. 라세티프리미어 디젤모델은 ℓ당 15.0㎞(자동변속기 기준)를 달릴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올 하반기 SM3의 후속모델을 출시하면서 연비를 크게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