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美 경기 바닥쳤다?…'L자 회복'에 무게

경기회복 기대감+시장 금리 하락에 활짝웃는 뉴욕증시

최근 들어 미국 주요 시장금리가 일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5% 포인트 하락한 연 2.74%를 기록했습니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장기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시장에서 매입하기로 한 영향인데요.이런 정책 효과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돈을 빌려 쓰는 사람들의 부담이 줄게 돼 소비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투자자들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되는 등 자신감을 찾아가는 것도 금리 하락과 무관치 않습니다.주택을 살 때 빌리는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전 주 연 4.98%였던 30년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현재 연 4.85%로 낮아졌습니다.프레디맥이 1971년 서베이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1년 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연 5.85% 였습니다.이에 따라 모기지 신청 건수도 지난 주보다 30%가량 증가했습니다.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면 수천 달러의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낮은 금리로 바꿔타는 리파이낸싱이 활발해집니다.6% 중반대에 20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요즘 금리로 리파이낸싱을 하면 한 달 평균 모기지 상환 부담을 200 달러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 하락은 침체된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리파이낸싱을 통해 상환부담이 줄면 주택을 압류당할 위험이 그만큼 감소하는데다 일부 가계는 추가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소비를 늘리게 됩니다.실업자가 늘고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경제에 활력소 역할 할 수 있는데요.물론 모기지 금리가 떨어졌다고 곧바로 주택시장이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수를 미루기 때문인데요.하지만 길게 보면 모기지 금리 하락은 초기 주택 매입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주택 시장 회복 시점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 하락은 주가 상승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주가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금리가 너무 낮으면 달러자산(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트려 결과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V자보다는 L자 회복에 무게

곤두박질치던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내구재 주문이 2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제조업 산업활동도 최악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있고요.2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에 비해 증가세로 돌아섰고 2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도 전월 대비 5.1% 증가한 연율 472만채를 기록했습니다.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도 2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주택 착공건수 증가는 8개월 만에 처음입니다.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조금씩 열면서 소매 판매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제통계가 쏟아지던 때와 비교하면 경제 회복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을 갖게 하는데요.문제는 2007년 12월부터 위축된 경제가 언제쯤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수 있느냐입니다.러스 퀘스테리치 바클레이스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지만 강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산업 활동 선행지표에 비춰볼 때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과 자본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입니다.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불안하고 월 평균 60만명 이상씩 일자리를 잃어가는 점도 경제 회복에는 걸림돌입니다.때문에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2분기 이후 가시화되고 금융 안정화 대책으로 은행 대출이 재개되면 연말께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현재로선 V자형 강한 경기 반등보다는 L자형 경기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