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황당한 요구'…"車생산량 호황때 수준 유지"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2007년 수준으로 유지한다. (42조2항)'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상 최악의 글로벌 자동차 경기 침체로 인해 판매 급감에 시달리고 있는 회사 측에 30일 요구키로 한 단협 개정안 중 핵심 내용이다. 몇몇 생산라인이 감산에 들어갈 정도로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호경기 때 생산량 유지를 요구한 것은 억지라는 게 회사 측과 일부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결국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내 건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사 측은 "2007년은 국내외 경기가 워낙 좋아 국내 공장의 자동차 생산규모만 역대 최대치인 170만대에 달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GM 등이 도산위기에 처한 마당에 어떻게 팔리지도 않을 차량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이외에도 '신차종 개발시 국내 공장에 우선 투입' '정년퇴직자에게 1회에 한해 1t 트럭 구입 혜택 부여' '완성차 및 부품을 해외 현지공장 또는 합작사로부터 조합과 합의 없이 수입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단협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또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전제로 '교대제 변경 등으로 생산능력 부족시 국내 공장을 신규 건설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울산 3공장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생산라인에서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는 등 일감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들어주려면 최소한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아산공장과 같은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안에 대해 조합원들도 금속노조 게시판 등을 통해 "현실적으로 도를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안이다"는 반응의 글을 올리며 올해 노사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이디 '노동자'라는 한 조합원은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고용보장이다"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와 국내 공장 신설 등 현실적으로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요구안을 내놓고 정치투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 달라"고 노조에 요구했다.

현대차 강호돈 부사장(울산공장장)은 이날 '자구노력 부족으로 위기극복의 기회마저 놓칠 수는 없다'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급감하는 판매를 만회하기에 역부족일 만큼 현실이 심각하다"면서 "정부 지원도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스스로 고용안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노조의 이해와 협조를 촉구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