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인간은 질리지 않는 존재, 그 모습에 끌려 글을 쓰죠"

'악인' '캐러멜 팝콘' 모라나비저작ㆍ번역상 수상기념 방한
"인간은 아무리 관찰해도 질리지 않는 존재입니다. 특히 어떤 계기를 통해 변화를 맞는 모습에 흥미를 느낍니다. 사람의 내면에는 다양한 면모가 있으니 변화는 모순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죠.이런 점을 제 소설 속 등장인물에 투영해 쓰고 싶습니다. "

《악인》과 《캐러멜 팝콘》의 한국어 번역본이 제2회 보라나비저작 · 번역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을 계기로 방한한 일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41)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인간 자체를 좋아하는 소설가"라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와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온 그는 국내에서도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퍼레이드》는 10만부,《악인》은 4만부 이상 팔렸다. 그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온 번역가 이영미씨는 "등장인물의 위나 옆이 아닌 똑같은 위치에 서서 그 심리를 그리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요시다는 도쿄에 사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동경만경》 등을 통해 연애소설에 능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러나 2007년 발표한 《악인》은 보험설계사 살인 사건에 얽힌 관계자들의 심리를 다루었고,《사요나라 사요나라》는 유아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이에 대해 그는 "초기작에서는 사람들의 관계가 폭발하기 직전 상황을 그렸다면 요즘에는 폭발한 후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요시다는 "하지만 그 저변에는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요시다는 일본에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소설가다. 그는 2002년 장편소설 《퍼레이드》로 대중성을 갖춘 작가에게 주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고,같은 해 《파크 라이프》로 순수 문학상의 대표격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의 간극이 분명한 한국 문학계에서 그의 '크로스 오버' 수상 행보나 집필 성향은 이례적으로 비친다. 이에 대해 요시다는 "일본에서는 소설이 크게 순문학과 엔터테인먼트 계통으로 분류된다"면서 "나는 양쪽에 다 다리를 담그고 있는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 외에도 야마다 에이미 등 많은 일본 작가들이 양 분야를 오가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일본 문학의 개방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전 세대 작가들이 순문학과 엔터테인먼트 계통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작품을 썼지만,나는 어느 쪽으로 평가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번역가인 이씨 또한 "문학의 다양성은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