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 자화자찬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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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van7691@hankyung.com"후진타오 주석이 가장 눈에 띄는 중심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
중국 언론들은 4일 주요 20개국(G20) 폐막식에서 세계 정상들이 찍은 단체사진을 놓고 일제히 이렇게 설명을 달았다. 사진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뒷줄로 밀려났지만,후 주석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함께 앞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가 생각났다. 세계 각국 정상 부부들이 후진타오 주석과 악수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장면이었다. 후 주석은 한 자리에 서 있고 각국 정상 부부들이 순서대로 다가서 악수하는 모습은 옛 조공국 사신이 중국 황제를 알현할 때 보여지던 모습 그것이었다. 중국 국영 CCTV가 그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던 것이나,미 대통령은 뒷줄에 있는데 후 주석은 앞줄에 있다고 굳이 신문들이 강조하는 것이나 하고자 하는 말은 한 가지인 것 같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다는 것일 게다.
사실 오늘날의 중국은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중국 수천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것도 지금의 공산당 정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발전으로 지금은 세계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가 됐다. 미국에 대항해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는 나라로 평가되던 프랑스도 결국 '티베트 독립반대'의 피켓을 들고 중국 앞에 사실상 무릎을 꿇어야 했다. 중국 지도부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이고 대단한 위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자화자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한 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연일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 소식은 중국이란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부패공직자에게 당한 농민들이,공장폐쇄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차별에 화가 난 소수민족들이 정부청사를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처럼 돼버렸다. 조직화되거나 정치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조직화되지 않은 소요가 전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게 사태의 중대함을 시사하고 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이나 내부적인 진보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중국 지도부의 자부심은 사상누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