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승부는 電裝기술…부품업체 덩치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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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車부품 지형도] (下) 불붙은 전장기술 전쟁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기업인 캐나다 마그나는 최근 전기모터 등을 생산하는 스위스 브루사와 제휴 협약을 맺었다.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분야에서 한발 앞선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전장부품이 車원가의 30%, 현대차 세계 5위…모비스는 27위
국내 IT기술 활용하면 기회
1위 부품사 독일 보쉬는 2004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기술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 들어 핵심 부품기술 개발을 위해 200명 이상의 연구인력을 더 배치했다. 2위 부품업체인 일본 덴소는 엔진 등 동력장치(파워트레인) 부품 외에 에어백 센서 등 전장부품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왔다. 보쉬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이다. ◆가속화되는 자동차의 전자화
요즘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장치(mechanical)가 아니다. 전자장치(electronics)에 가깝다. 전통적인 기계기술에 전자기술이 융합하면서 자동차의 전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엔진과 트랜스미션,조향장치,안전장치 등엔 숱한 전자센서들이 장착돼 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기술개발 경쟁은 완성차 업체들보다 부품업체들 사이에서 더욱 뜨겁다. 도요타 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더 나은 기술을,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으면 그만이다. 부품업체들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보쉬와 덴소,마그나가 자동차용 전장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달아오를수록 전장기술에서 앞선 부품업체가 살아남는 방식으로 차부품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컨설팅은 자동차 제조 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9% 정도였지만 최근 30%까지 높아졌고,2015년엔 40%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비중은 전체 제조 원가의 4%에서 9%로 5%포인트 높아지고,인테리어부품은 12%에서 24%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 부품기업에 기회 온다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등이 부상하는 변화의 시기는 한국 완성차업체는 물론 부품업체들에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기에 공격적 투자를 통해 선두업체로 도약한 것처럼 국내 IT(정보기술)산업의 앞선 기술력을 활용해 기회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요타 8대 협력업체의 하나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 회장은 "도요타 차의 30%는 도요타가 만들고 나머지 70%는 협력 부품사가 만든다"며 "도요타만 잘한 덕분에 현재의 도요타 차 품질이 만들어진 게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현대 · 기아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차량 IT분야 기술협력 협약을 맺는 등 자동차의 전자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문제는 현대 · 기아차 차량 제조의 70%를 맡는 부품협력사들의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이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며 전자화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있을 만큼 서둘러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 · 기아차의 생산능력은 글로벌 5위지만 부품산업에선 현대모비스의 순위가 27위에 불과하다"며 "전자화되는 부품산업 뒷받침 없이 향후 완성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적극적 기술개발 투자와 시장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