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

로맨스 영화의 끝은 대개가 해피엔딩이다. 사랑의 힘으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드디어 두 남녀가 극적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장밋빛 인생. 영화와 현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인생에서 결혼은 끝이 아니다. 결혼이후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 교육, 친인척 갈등, 치열한 승진 경쟁, 이혼, 노년.......남녀가 원수가 되는 수많은 고비를 제외하고 인생의 가장 행복한 연애시기만 쓱싹 잘라 냈으니 세상은 온통 장밋빛일 수밖에. 영화가 영화인 이유는 영화는 인생의 한 장면만 보여준다는 점이 아닐까. 영화와 인생. 영화의 짧은 한 장면을 인생 전체라고 보는 착각. 우리가 성공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같은 착각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크게 실패한 사람들에게 실패의 원인을 물어보면 그 대답도 가지각색이다. 게을러서, 덤벙거려서, 너무 욕심을 많이 내서, 자금이 부족해서, 동업자 잘못 만나서, 때를 잘 못 맞추어서........
과연 그럴까. 혹시 실패 이전에 거둔 성공 때문은 아닌지.

“당연히 더 잘 나갈 줄 알았죠.”
사업을 확장했다가, 불황에 부도를 걱정하기에 이른 한 사장님도 이 말에 동의했다.공직에 몸담고 있는 어떤 지인은 승진하자 갑자기 사람이 돌변했다. 그렇게 겸손했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자 독선적이 된 것이다. 승진 때문이었다. 성공한 환상에 사로잡혀 자기 생각과 결단이 늘 옳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독선적인 스타일로 큰 낭패를 보았음은 물론이다.

이 시점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분명 성공에 초점을 맞춘 말이기 때문이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인생살이를 생각한다면, 짧은 성공 몇 장면을 인생의 전부로 착각하는 것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는 차라리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란 구호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게 오히려 더 인생다울지 모른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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