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미쓰 루시힐' 골드미스의 배꼽잡는 좌충우돌

"세계 경제불황 속에서도 살아남는 대단한 골드미스 파워 르네 젤위거."(worldnadia),"일할 때 정말 멋있는 여자 루시."(mila2820)

최근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미쓰 루시 힐'이 관객들로부터 이 시대 여성 리더상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평가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틀 롤은 '할리우드 코미디여왕' 르네 젤위거가 맡았다. 주인공 루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자기 업무를 잘 수행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장래까지 챙겨주는 역할까지 맡는다. 루시가 승진을 위해 다른 임원들이 꺼리는 깡촌마을 식품공장의 구조조정 임무를 자청해 부임하면서 극은 막을 올린다. 따뜻한 플로리다주의 한 대도시에 살던 그녀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싸우는 한편 자신을 적대시하는 공장 직원,마을 사람들의 텃세와도 마주친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그녀에게 아날로그적인 시골 생활과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지내는 마을 사람들의 습성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루시는 처음에는 뒤바뀐 환경에서 좌충우돌하다가 마을 사람들의 삶에 차츰 동화된다. 공장 폐쇄라는 본사 조치도 거부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대성공한다.

루시의 리더십은 일보다 사람 자체를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직원들의 취미생활과 사소한 일상사를 의논하기 시작하면서 거리를 좁혀간다. 입장차로 사사건건 부딪히던 노조위원장 테드도 자기 편으로 만든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열어 테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자 서로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루시는 또 직원 각자의 능력에 걸맞은 직책도 부여한다. 비서 블란체가 자신의 집에서 간식으로 만들어 먹는 푸딩을 맛본 뒤 그녀에게 연구개발팀장 직을 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푸딩의 상품화 가능성을 내다보고 블란체의 능력을 살리기로 결정한 것.

구조조정을 '감원'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대목도 탁월한 리더십의 전형이다. 다른 투자자를 모아 식품공장을 통째로 사서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장면에서 리더십은 절정을 이룬다. 유능한 직원들에게 스스로 주인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루시의 성공 비결은 직원들에 대한 여성의 섬세한 배려와 애정에서 비롯된다. 직원을 가족으로 보고 회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영화는 젤위거 특유의 '몸짓 개그'로 리더십을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고 얼음판 위에 나뒹구는 것은 다반사.눈보라에 갇힌 차 안에서 만취하고,술기운에 담장 밑으로 떨어지고,공장에서는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히트작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사이클 러닝머신 밑으로 고꾸라지던 그녀의 연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젤위거는 이에 대해 "루시처럼 완벽한 사람이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과정을 창의적으로 살려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