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벨트에 아파트 지으면 우린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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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벨트 개발계획에 '꿀벌마을' 주민들 불안"더 이상 갈 곳도 없는데 비닐벨트에 아파트를 짓는다니 우린 어쩌라고…."
주민등록도 안돼있어 법적 보호도 받지못해
13일 경기도 과천시 경마공원 근처 그린벨트에 들어서 있는 비닐하우스촌 '꿀벌마을'.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대부분 비닐과 폐(廢)건자재를 쌓고 그 위에 슬레이트 지붕을 올려놓은 전형적인 그린벨트 내 비닐하우스촌 모습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잡니다. 과천시가 지식정보타운 등을 개발한다고 2년 전 철거반이 들이닥쳐 한차례 홍역을 치렀는데 국토해양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을 짓는다니 언제 보금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1990년대 초 사업에 실패한 뒤 이곳으로 이주해와 살고 있는 김갑중씨(46 · 가명)의 말이다.
정부가 올해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아파트 3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지난 12일 발표하자 꿀벌마을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특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최근 "그린벨트 내 비닐벨트에 10년간 24만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언급한 뒤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주민등록도 돼 있지 않아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과천시를 상대로 주소찾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주소찾기 운동은 꿀벌마을뿐만 아니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잔디마을 · 강남구 포이동 수정마을 등에서도 진행 중이다. 꿀벌마을의 경우 고법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주민들은 자칫 그린벨트 개발계획 발표가 대법원 판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1994년 남편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이곳으로 밀려온 홍미순씨(59 · 가명)는 "불법인 것은 알지만 10년 넘게 살아왔는데 주소라도 줬으면 한다"며 "전세나 월세 낼 돈이 없어 법적으로 집을 지을 수 없는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짓게 됐지만 투기 목적 없이 오랜 기간 살아왔으니 전입신고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지자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은 만큼 원칙적으로 철거해야 할 뿐더러, 농지에 주거시설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불법시설이지만 사람이 살고 있어 강제 철거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거주했다고 전입신고를 받아준다면 노숙하는 사람도 전입신고를 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2004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거주민의 실제 거주 여부를 조사하고 전입을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조치하라는 공문을 지차제에 보낸 적이 있다. 단,즉시 철거 지역에 해당되거나 투기 목적이 있는 경우는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예외로 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비닐하우스촌이 그린벨트 개발계획에 포함되면 '즉시 철거지역'에 해당되고 '투기목적'이라는 덤터기까지 떠안게 돼 주소찾기는 물건너 갈 수 있다는 것.이춘숙 꿀벌마을 주민대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주거권"이라며 "도시개발에 밀려 과천 비닐하우스촌까지 왔는데 또다시 쫓겨날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일단 그린벨트 아파트 시범지구에서 비닐하우스촌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수도권 그린벨트에 들어선 비닐벨트는 축사나 화훼농가,유통시설 등이 대부분"이라며 "주민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비닐하우스촌을 시범지구에 넣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들 비닐하우스촌은 도심과 가까운 취락지구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언제든지 개발지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철거 문제로 주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정부의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민/강유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