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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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요즘 각 지역을 돌며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현안을 둘러싸고 힘들게 기업을 꾸려온 일들,앞으로의 경영환경에 대한 의견 등을 교환하다 보면 예정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간담회 참석자 중 한 기업인이 가업 승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피땀 흘려 키워온 기업을 2세에게 물려주려니 그동안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그 기업은 자동차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데,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지역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0여년간 기술 개발부터 판로 확대까지 거의 혼자 도맡아 오다시피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기업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고민하던 터에 다른 직장에서 전문직으로 근무하는 아들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고민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선뜻 아버지를 돕겠다며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옮겼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동안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아들에게 전수하며 회사를 경영하던 중 작년 말부터 경기 상황이 안 좋아 회사 사정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망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과연 이렇게 약한 정신 상태로 모진 풍파를 헤치며 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업승계지원센터와 2세 경영인의 성공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줬다. 그는 한번 맡겨 교육을 시켜 보겠다면서 고민 해결책을 찾은 듯 흡족해 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守成)이다. 아무리 훌륭한 가업을 물려받아도 경영 여건이 바뀌면 사업을 번창시키는 것은 물론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경제가 어려운 요즘 같은 때 가업 승계라니,그 어려움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엄한 아버지이지만 가슴 한쪽으로는 자식을 걱정하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들이 가업을 이어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 기쁨은 천금과도 같을 것이다.
일본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개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지난 100년간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24년이 채 안 되고,이 기업들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할 확률은 12%,3세대로 가면 그중 3%만 남을 만큼 어려운 것이 우리 기업의 생존환경이다.
기업인과 근로자들은 자신의 회사가 세기를 뛰어넘어 영원한 장수기업으로 남아 있기를 바랄 것이다. 다행히 작년에 중소기업 가업승계 상속세 세금 감면 혜택이 기존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로 확대됐다.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돼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중소기업과 2세 경영인들이 힘을 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