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 재선거 레이스 돌입] 경주, 친이 vs 친박 대리전 양상

무소속 정수성 '朴風' 등에 업고 선전
親李 정종복 '黨간판' 내세워 조직전

4 · 29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 등록기간(14~15일)을 하루 앞둔 13일 경주는 잘 달궈진 '밥솥'처럼 선거 열기가 뜨거웠다. 경주역전 좌우에 나란히 선거 사무실을 낸 한나라당의 정종복 전 의원과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서로 '군불'을 피우고 있지만 솥 안의 민심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위기였다.

경주역 주변의 구(舊)도심,중앙시장,황성동 아파트촌 등에서 만난 경주시민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의 안보 특보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운 정 후보가 '박심(박근혜 마음)'을 등에 업고 선전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반면 정 전 의원은 당을 전면에 내세워 조직표 다지기로 맞서고 있다. 성동동의 한 페인트 가게에서 만난 박모씨(53 · 전문건설업)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년만 더 살았다면 제2,제3의 보문단지(경주의 관광특구)가 들어서서 경주가 이리 낙후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돕는 후보를 찍는 게 그나마 빚을 갚는 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시장 안에 있는 복권가게 주인 오모씨는 "정 전 의원은 친박에 등돌렸다가 지난 총선 때 아슬아슬하게도 아니고 '학실하게' 졌다"며 "뭐할라꼬 또 나왔노"라고 했다.

반면 "지역 발전을 위해선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이라는 정서도 여전히 강했다. 황성동 럭키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최모씨(32 · 금융기관 직원)는 "정 전 의원은 현 집권세력인 '친이'의 핵심 인물 아니냐"며 "이런 사람이 올라가야 지역에 '콩고물'이 좀 떨어지겠지요"라고 했다. 경주역전의 비료농약 총판에서 만난 최모씨(62 · 농업)도 "무소속 후보가 국회 간다고 뭘 하겠노"라고 했다. 황오동에서 세탁소를 하는 송모씨는 "(정 전 의원이) 어깨 힘주고 다니다가 지난 총선 때 크게 디었다 아이가"라며 "요즘 '낮은 포복' 자세로 구석구석 돌던데 그러다보면 사람들 맘도 조금씩 풀어지지 않겠는교"라고 했다.

경주=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