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게이트] 사과문 이후 '수사 로드맵'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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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패밀리' 겨냥 속전속결'10일 연철호씨 체포→11일 권양숙 여사 소환→12일 노건호씨 소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조카사위를 하루에 한 명씩 소환하고 있어 검찰 관계자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속도전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을 직접 겨냥한 이 같은 동시다발적인 수사는 그러나 대검 중수부가 애초 그렸던 '수사로드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13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7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건네받은 정치인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소환된 날짜는 6일이며,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날 체포돼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에 앞서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는 등 친노 측근 의원들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7일 오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되고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검찰의 '사전 각본'이 헝클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측의 범죄혐의와 관련해 냄새를 맡은 것은 수개월 전부터다. 대검 중수부가 전국의 '특수통 검사' 8명을 파견 형식으로 보강한 게 2월 초순인 만큼 최소한 올 1월까지는 수사일정 등 윤곽이 어느 정도 짜여져 있었던 셈. 이 스케줄상 노 전 대통령 친인척 소환은 정치인보다 후순위에 놓여 있었는데 언론의 무차별 의혹 제기에 이은 노 전 대통령의 돌발적인 '승부수'로 인해 봉화마을에 대한 수사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도 권 여사 관련 고백을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황해했다고 한다.
박연차 게이트의 '몸통'이 각본보다 빨리 무대에 등장했지만 검찰수사는 당초 예상대로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무조사 무마명목으로 박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를 받은 전 · 현직 정치인이 적지 않은 데다 일단 '멍석'을 깔아 놓은 이상 검찰이 일일이 이들의 혐의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후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수사가) 반팔 입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의 예견대로 여름까지는 수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