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1급자리 하나 늘리려고…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5월 초 대과 · 대국(大課 · 大局)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원래 3월 초 계획됐던 개편이지만 두 달이나 미뤄졌다. 조직개편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이 올 1월부터였음을 감안하면 무려 넉 달 넘게 걸린 셈이다.

이렇게 조직 개편이 늦어진 것은 교과부의 자리 욕심 때문이다. 교과부는 정부조직체계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와 1급 공무원인 차관보 자리 하나를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계속 줄다리기를 했다. 교과부는 올초부터 "현행 초 · 중등교육을 관할하는 학교정책국에 1급 공무원이 없다"며 작년 2월 없앴던 차관보 자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정부 부처의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상경제체제 구축에 역행한다"며 교과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교과부와 행안부는 타협했다. 정규직이 아닌 별정직으로 차관보를 신설키로 지난 21일 합의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행안부가 교과부에 차관보를 신설하면 다른 부처들도 일제히 요구해올 수 있어 정규직은 안 된다고 반대해 별정직으로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교과부 내부에서는 누가 차관보 자리에 가느냐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했다. 교사 출신 전문직을 앉힐지,일반직 공무원을 앉힐지를 두고 장 · 차관 간 갈등설까지 흘러 나왔다. 결국 별정직 차관보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면서 이번에는 누구를 데려올 것이냐를 두고 다시 이해관계자들 간 물밑싸움이 뜨겁다.

이번 조직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자율화에 따른 제도 정비와 학교 · 대학 구조조정,정부 교육개혁 추진 등을 담당할 학교선진화과와 대학선진화과 신설이다. 사실상 이주호 교과부 1차관의 수족 역할을 할 부서들이다. 하지만 초 ·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정책국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별도로 초 · 중등교육 개혁을 담당하는 학교선진화과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교과부 내부에서도 '서로 영역다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조직 슬림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차관보 자리를 신설하고,기존 부서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줄 알면서 새 부서를 만들어내는 이런 조직 개편을 두고 교과부 직원들조차 "고위 관계자들의 정치적 이해타산만 잔뜩 얽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