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 볼만한 칼럼] 방망이만 있으면 韓銀法 고치나

한경 2009년 4월 28일자 A34면
한국은행법 개정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에서 한국은행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게 법 개정안의 골자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이 같은 논의가 너무 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제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공론화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러려면 중앙은행의 본질에 관한 논의가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고 중앙은행은 물가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도록 돼 있다. 정부는 성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물가 안정을 사수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금융시장 안정기능도 '성장'처럼 물가와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지는 절차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은행이 성장이나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한다면 물가 이외의 사안에 대해 정부의 직 · 간접적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고,받아야 한다는 게 이 칼럼의 논지다. 한은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