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부 덮친 '파생상품 악몽'

伊, 사기혐의 JP모건 등 4곳 자산동결
투자손실 책임놓고 국제분쟁 가능성
미국 월가와 유럽 금융권 주요 은행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비롯된 고위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의 충격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 정부와 국영 기업들까지 뒤늦게 덮치고 있다. 특히 최근 미 부호들의 탈세 수사와 관련해 고객 정보제공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미 검찰과 UBS의 충돌이 미국과 스위스 간 외교적 갈등으로까지 번졌던 전력이 있는 만큼 유럽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기업인 외브는 독일 도이체방크가 판매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9억6600만유로(약 1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베티나 구젠바우어 외브 대변인은 "도이체방크가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된 손실 가능성에 대해 미리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무조건 투자를 종용했다"며 "도이체방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미국 JP모건과 스위스 UBS 등 외국계 은행 4곳에 밀라노 시정부에 대한 금융사기 혐의 수사를 위해 자산동결 명령을 내렸다. 27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금융감독 당국은 JP모건과 UBS,도이체방크와 데파방크 등 4개 외국계 은행에 대해 총 4억7600만유로(6억2200만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시키기로 결정했다. 또 이와 관련해 은행 임원 12명과 밀라노시의 고위 공무원 2명도 소환,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005년 밀라노시와 17억유로 규모의 채권 관련 파생상품 거래를 하면서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시측에 최소 3억유로의 피해를 안기고,1억유로 규모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 은행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는 이탈리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