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커버드본드 성공은 강정원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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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추진땐 은행 내부에서도 냉소적 반응"강정원 행장(사진)의 뚝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아시아 최초 10억달러 발행으로 성가 높여
올해 초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발행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국내 금융권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데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커버드본드 투자자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법 자체가 없어 강 행장의 시도에 대해 금융권에선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은행 내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 행장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태에서 발행 규모의 6배인 60억달러의 자금이 몰렸고,자체 신용만으로 발행했는 데도 가산금리는 정부가 보증하는 외화채권 수준에서 결정됐다. 강 행장은 "국내 은행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장기 외화자금 조달의 새로운 수단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리딩뱅크가 정부 보증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발행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숱한 난제를 뚫고 지난 7일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은 평소 '호시우보(虎視牛步 · 호랑이의 눈으로 살피되 황소의 발걸음으로 신중하고 끊임없이 길을 가다)'를 강조해온 강 행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다른 은행들이 금융시장 상황과 법적 제도 미비를 이유로 커버드본드 발행을 포기했는 데도 강 행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했다. 현행 자산유동화법과 신탁법에 근거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을 끈질기게 설득,결국 유동화 계획 승인을 받아냈다. 금융위원회도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했다.
강 행장은 2006년 국내에서 은행권의 자산 확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때는 꿋꿋하게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했다. 당시 국민은행 지점장들은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강 행장을 내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강 행장의 '황소걸음'이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을 인수하면서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었는 데도 부실여신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강 행장은 "당분간은 자산 건전성과 위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기회가 생기면 해외사업 확장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캄보디아 현지 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중국 쑤저우에 지점을 새로 개설하고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사무소를 조만간 지점으로 승격시키는 등 해외 부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행장은 "올해 안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카자흐스탄 BCC(센터크레디트뱅크) 지분 6.3%를 추가로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동남아 중국 독립국가연합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트라이앵글 지역의 영업 강화 전략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 용어풀이 ]
◆커버드본드=주택담보대출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유동화한 증권이다. 투자자가 발행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차이가 있다. 국민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5년 만기,발행 금리 연 7.25%로 투자자들에게 처음 제시된 금리보다 0.25%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