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바이백옵션' 활용…구조조정 속도 낸다

경영권 프리미엄 감안 시장價 130%로 매입
우선매수청구권 보장…재매각 차익도 배분
산업은행이 '바이백(Buy back)' 조건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11일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를 내놓을 경우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펀드로 인수하되 나중에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시장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도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인수가격은 시장가격에 약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대기업은 어떤 계열사를 매각해야 할지 잘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기업 그룹이 알짜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긴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은은 최근 12개 주채무 계열(대기업 그룹)에 대한 재무평가를 실시,이 중 불합격 판정을 받은 7곳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만간 체결하기로 했다.

민 행장은 "특히 대기업 오너들은 은행이 기업을 쥐어짜서 헐값에 빼앗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그러한 우려는 계약 체결시 바이백 옵션을 명문화해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은 계열사를 매각함으로써 몸집을 가볍게 하고 부채비율 하락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체질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 시장 상황을 봐서 매각한 계열사를 적정 가격에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까지 확보하게 된다"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해외에서 더 좋은 기업을 인수할 기회가 생긴다면 우선 순위에서 떨어지는 기업은 포기해도 되는 것"이라며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이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출 한도가 꽉 차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자신들이 샀던 가격에 사달라는 요구 역시 특혜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민 행장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은 알짜 계열사를 매각할 기회를 놓침으로써 그룹 전체가 해체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용어풀이 ]

◆바이백(Buy back) 방식=특정 기업을 인수할 경우 나중에 매각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상대방에게 인정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피인수 기업을 되살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매각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