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올 증시 흐름 생각보다 좋아… 3분기까진 상승세 탈 것"

임은미 하이자산 운용 펀드 매니저
자산운용업계에서 여성 펀드매니저는 눈을 씻고 찾아볼 정도다. 최근에 좀 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8%(1100명 중 88명)에 그친다. 이것도 운용역 자격을 지닌 운용사 직원 기준일 뿐,실제로 펀드를 맡는 매니저는 운용사별로 1~2명 있는 데도 있고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이처럼 남자들이 활개치는 운용업계에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는 여성 매니저가 있어 화제다. 하이자산운용 임은미 펀드매니저(사진 · 37)가 주인공이다. 임 매니저(차장)는 이 회사 대표 펀드 중 하나인 '하이중소형주플러스주식'을 1년 6개월째 맡아 운용하고 있다. 이 업계에 뛰어든 지 13년째지만 이름을 걸고 펀드를 운용한 것은 이 기간이 전부다.

이 펀드의 올 수익률(21일 기준)은 74.74%로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중 '하나UBSIT코리아'에 이어 2위(ETF제외)다. 1년(-6.39%) 수익률도 평균 수익률(-19.88%)을 크게 앞서며 선두권에 포진하고 있다.

임 차장은 "올 1분기에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중소형주가 워낙 강세를 보여 그 덕을 본 것 같다"며 고수익의 비결을 시장으로 돌렸다. 시장 흐름과 펀드 운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높은 수익률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997년 서울대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외환코메르쯔투신운용 주식운용팀에서 애널리스트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에도 조흥은행 경영연구소와 피데스증권 리서치센터,칸서스자산운용 주식운용팀을 거치는 동안 IT(정보기술) 내수 화학 철강 등 다양한 업종의 애널리스트를 역임했다. 10년 동안 길러온 '종목 고르는 안목'이 이번 '종목장'에서 화려한 결실을 본 셈이다.

그는 "훌륭한 회사와 투자하기 좋은 회사는 다르다"고 조언했다.

임 차장은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비싸면 투자기업으로서는 빵점"이라며 "싼 종목을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올 상승장에서도 PER(주가수익비율)가 2~3배로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상반기 실적 개선폭이 커 이른바 '실적 모멘텀'이 살아 있는 종목을 추려냈으며,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죽어 있는 상황에서도 정책적 수혜를 볼 수 있는 녹색성장주에 집중했다. 남들이 모르는 종목을 발굴해 내는 건 하루하루의 '발품'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 하루 장을 준비한 후 그는 정규장이 끝나는 오후 3시까지 늘 시장과 힘든 싸움을 벌인다. 주식시장이 끝나면 대부분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거나 기업탐방에 나선다.

그는 시장이 생각보다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이미 돌아선 데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마저 좋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 차장은 "하반기에는 경기가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3개월간 400포인트나 올라 일시적으로 쉬어갈 수 있지만 3분기까지는 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500~1600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소형주의 상대적인 강세도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1분기는 작은 종목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지만 지금부터는 시가총액 1조~3조원 수준의 옐로칩 주가 흐름이 더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기관투자가들의 매매가 용이하고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현대모비스 LS산전 삼성이미징 LG하우시스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우리 증시의 주요 변수는 중국 경제와 원 · 달러 환율이라고 지적했다. 임 차장은 "미국 경기가 침체에 있어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 8%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시장은 생각보다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 · 달러환율이 1250원 수준이라면 기업 실적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이지만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를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투자자들은 환매를 좀 뒤로 미루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인들에게도 "자신이 산 종목의 실적을 계속 추적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을 꼼꼼히 따져 주가에 적용해 보면 여전히 싼 주식이 있다는 설명이다.

녹색성장주 테마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임 차장은 "굴곡은 있겠지만 녹색주 스토리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매니저의 매력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있습니다.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죠.'임은미'라는 이름 석자가 투자자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습니다. "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변함없는 '뚜벅이'(기업탐방) 길에 올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