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외국인 투자확대에 도움" vs "투기성 매매 멍석 깔아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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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 공매도 허용 득실은금융시장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조정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정부가 전격적으로 내달 1일부터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다시 허용키로 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실제 22일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대차 물량이 많은 종목들이 동반 하락하면서 코스피가 17포인트나 떨어졌다. 공매도는 증권예탁결제원이나 증권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 시장에서 판 다음에 다시 매수해 되갚는 거래를 말한다. 따라서 주식을 매수할 때와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이 나고 오르면 손실이 생긴다. 이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거나 다른 자산에 투자해 둔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려 할 때 주로 공매도를 활용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10월부터 공매도를 일체 금지해왔지만 올 들어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을 찾았다는 판단에 따라 8개월 만에 규제를 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기성 주식매매에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막대한 투자차익을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공매도 재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며,긍정적인 효과도 많다고 진단한다.
◆공매도는 글로벌 위기의 '속죄양'
공매도란 용어는 친숙하지 않지만 사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고전적인 투자전략이다. 1609년 네덜란드의 한 무역업자가 영국함대의 공격을 우려해 네덜란도 동인도회사의 지분을 공매도한 것이 첫 사례로 전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도 무역업자의 공매도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혼란을 우려한 거래소가 나서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국면에서 공매도가 주가 급락의 주범으로 지목돼 각국에서 줄줄이 금지한 것과 유사하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맞은 각국 정부는 다양한 공매도 규제조치를 시행했다. 작년 7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17개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를 제한한 것을 시작으로 그 해 9월엔 30여개국에서 공매도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올 들어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공매도 규제는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지난해 말과 올초에 걸쳐 공매도 제한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한국도 지난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허용 방침을 시사한 이후 지난 20일 증시마감 직후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해제조치를 발표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증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 전망
공매도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수준으로 주가를 형성해 증시 건전성을 키워준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연구위원은 공매도의 경제적 효과로 △가격발견기능 강화 △다양한 투자전략 제공 △증시유동성 증대 등을 꼽았다. 가격발견 기능이란 부정적 전망을 가진 투자자의 매도를 막을 경우 정보의 시장 반영이 늦어지면서 가격거품이 누적돼 오히려 주가급락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몇 년 전 미국 엔론이나 월드컴의 부정회계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문제를 간파한 사람들이 공매도를 쳐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공매도는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해준다.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롱숏전략이나 전환사채 차익거래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롱숏전략에 따라 고평가 종목을 매도할 경우 필연적으로 저평가종목에 대한 매수가 유발된다는 설명이다.
증시유동성 증대도 긍정적 기능이다.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과정에서 자연 공급과 수요가 생기고,이는 전반적인 거래비용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해제조치로 현재 20% 이하인 외국인 매매비중이 예전 수준인 30% 선으로 조만간 회복돼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란은 시장 불신 탓
하지만 전문가들의 긍정론과는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허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허용 발표 이후 주식을 많이 빌린 대차잔액 상위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공매도가 증시 변동성을 증대시키고 외국인의 투기적 매매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름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론은 공매도 투자자들이 규칙과 절차를 무시할 것이란 불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에서 불법적인 공매도로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은 당시 4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공매도 실태조사'를 벌여 71%인 32개사가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조사대상 18사가 모두 규정을 위반해 이 중 3개사는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반드시 '공매도'라는 호가표시를 한 뒤 매매주문을 내야 하는데도 마치 일반매매인 것처럼 거래하거나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도록 규정한 '업틱 룰'을 위반했다. 심지어 사전 차입없는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까지 적발됐다.
이에대해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지금은 공매도 현황이 투명하게 공시되고 있고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막바지 단계"라며 "공매도를 배척하기보다 자본시장 국제화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 급락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외국인이 올 들어 국내 주식을 많이 샀기 때문에 무리하게 주가를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금융위기로 인해 신뢰가 무너진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공매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네이키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국제시장에서 활발하다는 점을 우리 정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