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미움ㆍ분열 치유하는 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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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ㆍ사회 지도층의 조언
"다투고 싸우면 가신분 뜻에 어긋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럽고도 비극적인 서거에 대해 종교계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움과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이번 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회구성원 간 갈등과 시비가 확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덕 성균관장=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정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며 우리 모두가 애도하고 명복을 빌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거나 일시적 흥분상태로 인해 분열과 다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은 원래 가는 분을 차분하고 정중히 보내드리는 '신종(愼終)'을 미덕으로 여겨왔고 그래서 모든 정성과 슬픔을 쏟아서 후하게 장례를 치르는 것이 전통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분의 공덕을 되새기며 배우고,또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 재직 시절 고인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서로 생각은 달랐지만 솔직하고 상대방에게 뭔가 상쾌한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그 분이 한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으려고 애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검찰의 과잉수사 논란과 책임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간결하지만 모든 걸 다 담고 있는 그 분의 유서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있지 않느냐.남은 이들이 서로 다투고 싸우는 것은 가신 분의 뜻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부귀영화는 우리 모두가 선망하는 것이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밤의 꿈과 같은 것이므로 이런 것을 잘 알고 살아야 한다. 국가의 대내외적 위신을 고려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에 대해 가혹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조화와 포용,자비의 정신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평소 권력이나 학벌 없이도 보통사람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평상심을 알아야 보통사람이 될 수 있다. 배 고프면 먹고,졸리면 자는 게 평상심인데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다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도 쌍방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일방소통만 하고 있어서 걱정된다. 이제 남은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진정으로 소통해야 한다. 성철 스님이 말했던 '산은 산,물은 물'이 바로 그런 뜻이다.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닌데 어떻게 생각이 똑같아질 수 있겠나.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갈등과 대립이 없어진다. 이제 남은 숙제는 쌍방소통이다. 그게 돼야 반성도 하고 해법도 찾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국민 전체가 서로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을 잠시 멈추고 각자 자기를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간 서로 너무 극한적 생각으로 달려오다 보니 자기와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검찰,언론,국민 모두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불행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신부)=전직 대통령의 이 같은 죽음을 접하니 아주 서글프고 참담하다. 벼랑 끝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분의 심정을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생전의 그 분을 좋아했든 싫어했든 모두가 그 분을 기리고,기억하고,애도하며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분의 죽음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회구성원들 간 증오와 대립이 커지는 것은 돌아가신 분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서로 간 증오와 분열,미움과 갈등을 치유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남은 사람들이 자꾸 그 분을 죽음으로 내 몬 상황을 따지다보면 원망이 생기고 사회혼란이 커진다.
서화동 기자 kildong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