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파의 反美' 헤아려야 한다

김영호
北核위협에 핵주권확보 여론커져, 평화적 핵이용권 강화협상 나서야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한 · 미 양국은 대응방안을 찾는 데 분주하다. 국제공조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돼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양국 정부는 한국 내 우파의 기류 변화와 주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는 촛불시위와 같은 '좌파의 반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계속된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구도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양국 정부는 '우파의 반미'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민주화가 좌파의 아젠다만을 관철시키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보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사상가 토크빌의 지적처럼 민주화는 한국 좌우파가 모두 딛고 서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되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는 핵개발 문제가 생기면 지도자만 주저앉히면 되었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민주화시대의 한국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 보유와 그에 대한 대응책 미비로 인해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국민여론이 형성되면 국익의 관점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월 개최 예정인 워싱턴 한 · 미정상회담에서 2006년 10월 양국 국방장관이 합의한 '확장된 억지'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한 핵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NATO는 미국과 유럽 각국 국방장관으로 구성되는'핵계획그룹'(NPG)을 설치해 핵무기 부대의 구체적 운용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핵우산 제공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 · 미연합사 차원에서 NATO 수준의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도 국민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식으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더욱 구체적 대응방안을 국민에게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북핵 실험을 계기로 한국도 일본처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한 · 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 하에서 군사적 핵주권을 포기한다면 평화적 핵 이용권은 재확보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범국가였던 일본은 개정된 '미 · 일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한국민의 자존심을 긁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 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이 선언은 이미 사문화(死文化)된 지 오래다.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이번 기회에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도 포화상태다. 친환경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이루기 위한 원자력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라도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서의 6자회담 재개만으로는 국민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의 완전 폐기가 아니라 PSI를 통해 핵무기와 핵물질의 외부 차단에 만족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지형은 안보 아젠다가 전면에 급부상하면서 우파의 목소리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양국 정부는 더 이상 한국의 우파는 당연히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집토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북핵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우파의 정서를 신중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적 지지기반인 우파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