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마른 두바이' 건설업계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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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후려치고 지급 미뤄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와 인공 섬(팜아일랜드) 건설 등으로 이목을 끌던 두바이가 세계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사업 중단·준공 지연에 '한숨'
15일 걸프뉴스 등 중동 언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두바이의 대형 개발회사 '나킬(Nakheel)'이 유동성 위기에 놓이자 지난해 10월부터 공사 대금 지급을 상당 부분 중단해 외국계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업체들도 두바이의 나킬,아마르 등 개발회사의 요구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준공이 지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대형 S건설사는 나킬의 발주로 재작년부터 진행해 온 '팜 제베랄리' 교량(3억달러 규모)의 공사속도를 늦췄다. 나킬 측이 약속한 공사 대금의 일부만 지급한 뒤 공사 대금만큼만 시공해 줄 것을 요구한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S사의 경우 지난해 수주한 오피스와 주상복합아파트 등 두바이 내 건설 프로젝트 4건의 진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설사는 최근 발주처인 두바이의 한 개발회사에서 공사 대금을 당분간 지급할 수 없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통보를 받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간접 비용을 계속 지출하게 된다"며 "준공이 미뤄지는 만큼 이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 감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의 부채는 100억달러이며 나킬 등 정부 소유 기업의 부채는 700억달러에 이른다. 아부다비 등 아랍에미리트(UAE)의 다른 토후국이 두바이를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외부에서 두바이로 들여온 자금은 지난달 두바이 정부가 UAE 중앙은행에서 빌려 나킬 등에 지원한 100억달러가 전부다. 이처럼 자금난에 놓이면서 두바이 개발회사들은 "우리가 줄 수 있는 만큼만 받아 가라"며 공사 대금을 깎고 있다. 영국계 대형 건설회사인 '웨이드아담스(Wadeadams)' 등 두바이에 진출한 외국 건설업체들은 나킬에 밀린 공사 대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나킬은 지난 4월 오히려 "약속한 대금의 75%만 받겠다면 곧 지급하겠다"며 관련 약정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건설업체들로서는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도 공사 대금 회수가 불투명해 영국계 건설회사인 '하이더 컨설팅(Hyder Consulting)' 등은 공사 대금의 70%만 회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두바이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업체가 늘고 있다.
한 중견 건설회사의 해외사업 담당 이사는 "나킬 등 대형 개발사를 왕족이 소유한 두바이에서 유동성 위기는 사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 한국 건설업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경목/조귀동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