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 엇박자… 親李 사분오열

초선 48명 "대통령 흔들지 말라"
쇄신파ㆍ친이재오계와 대립각
쇄신 갈등이 가중되면서 한나라당 다수파인 친이계의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여권 계파 구도가 친이(親李) · 친박(親朴)의 양자 구도에서 주류 친이계의 분화로 급격히 세분화하는 양상이다.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박준선 의원 등 '안국포럼' 출신 온건파 친이계와 중립 성향의 초선 의원 48명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 논란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조건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부터 흔들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내부 반성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당 화합과 쇄신을 추진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당내 계파 문제가 한나라당과 국가 미래의 중대 장애요인이라고 못박고 친이 · 친박을 초월한 '초선의원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명서에 서명한 의원들 중 46명은 친이계에 속한 초선들이다. 특히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었던 안국포럼 멤버들의 입장차가 확연히 눈에 띈다. 이들은 지난 2일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했던 정두언 정태근 권택기 김용태 의원 등 7명의 친이 직계 · 친이재오계 의원들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국포럼'이 내용과 형식 면에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밝는 것으로 관측했다. 친이계 분화의 직접적 도화선은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와 '조기 전대론'이다. 쇄신파의 공격 대상이었던 이 의원은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일부 측근에게 "정치 현안에 대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포항에서 주로 지낼 것"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는 구심점이 없어 주류 내부의 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 전대 여부를 놓고도 친이계는 '즉각적인 전대 개최'(정두언 · 친이재오계)와 '화합 전제 없는 반쪽 전대 반대'(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친이 온건파)로 나뉘었다.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내부의 이해관계를 두고 "친이 · 친박 두나라당이 아닌 이제는 오(五)나라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권 창출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한 안국포럼 등 친이 직계들이 소신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