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열전]⑭100억대 주식부자가 된 15세 주방보조-박성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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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슈퍼개미 박성득씨(52ㆍ사진). 몇 달간의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난 곳은 경상남도 밀양의 산골이었다.
서울에서 5시간 반을 달려간 것도 모자라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을 한참 올라가서야 그의 집에 닿을 수 있었다. 모니터를 앞에 두고 차트와 재무재표를 분석하거나 혹은 제자들을 한 두명쯤 거느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박 씨는 푹 눌러 쓴 밀짚모자 속에 거무티티한 얼굴을 하고선 진흙이 묻은 바지를 대충 양말에 구겨넣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100억대의 주식부자이지만 멀리서 보아선 평범한 촌부(村夫)라고 느낄 만한 품새다.
지난해 터를 잡았다는 집은 아직도 구석구석 공사중이었다. 이 날 박 씨는 화단을 옮기고 있었다. 돌담을 따라 꽃길을 가꾸어 놓았는데 이번 여름에 비라도 오면 담이 무너질 수도 있을까봐 미리 손쓰는 것이란다.
주식투자가 본업인 그는 집 앞 텃밭에서 오이, 상추, 고추와 꽃 등을 심고 가꾸곤 한다. 거둬낸 야채는 아내가 요리해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자급자족 농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꽃길을 가꾸기 위해 엉성하게 나무를 다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초보 촌부였다.부산에 살던 그는 지난해 산골짜기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고 싶다는 소망에 연고도 없는 밀양으로 이사했다. 기자가 어렵사리 찾아간 그의 집에는 박씨와 박 씨의 아내, 그리고 강아지 두마리가 살고 있었다. 마침 호주에서 유학중인 두 아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서 트레이딩방을 찾았다. 아직도 주식시장이 끝나지 않은 시간인 만큼 다른 슈퍼개미들처럼 모니터 여러대가 즐비하고 현재가창과 각종 차트 창 등이 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 씨의 컴퓨터는 안방으로 가는 길목에 꺼진 채로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모니터도 달랑 두 개 뿐이었고 벽면을 가득 채울 법한 증권서적 행렬도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를 종일 들여다보면서 주식투자를 하지는 않아요. 내가 단타하는 사람도 아니고…. 장 시작할 때 즈음 잠시 컴퓨터 켜서 좀 보다가 꺼 놓습니다. 관심종목들 주가 좀 보다가 사도 되겠다 싶으면 SK증권에 전화해서 사달라고 합니다. 인터넷 다 되는데 주식투자를 꼭 서울에서 할 필요가 있나요? 이렇게 자연에 둘러쌓여 사는게 얼마나 마음이 편한데…"이렇게 심신이 편해 보이는 박 씨도 어린시절에는 배고픔과 가난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친척집에 얹혀살던 중 15세에 무작정 부산행 열차를 탔다. 밥은 굶지 말아야 겠다며 횟집 주방 보조로 취직했다. 15세 소년은 스무살에 어엿한 일식 요리사가 되고 부산 조선비치호텔, 경주 서라벌호텔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일식집 개점을 꿈꾸게 됐다.
◆사업해서 번돈 주식으로 몽땅 날려…2003년 중외제약으로 70억원 '대박'
결혼을 하고 스물다섯이 된 그는 10년간 모은 돈 1000만원으로 '흑송'이라는 일식집을 차렸다. 주류도매상, 전세금, 해산물가게, 생선가게 등에서 돈을 빌려 1억원 짜리 일식집을 완성했다. 다행히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개업 석 달만에 빚을 갚았고 스물일곱 되던 해 '대어'라는 초대형 일식집을 오픈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대어'는 부산의 대표적인 일식집으로 20년동안 승승장구했다.일식집은 성공했지만 1987년부터 손대기 시작한 주식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일식집을 통해 번돈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몽땅 날려버렸다. 18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박 씨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뤘다.
그래도 외환위기 이후 중외제약으로 대박을 냈다. 1998년 중외제약을 1주당 6000원에 30만주를 사들였고 2003년 5년을 묻어둔 이 주식은 2만3000원까지 치솟아 70억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종근당, 대우증권 등 투자한 종목들이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10년도 되지 않아 100억원대의 주식 부자 대열에 올라섰다.
특히 49세에 현대약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박 씨의 가치투자는 빛을 발했다. 당시 현대약품은 배당이 14%로 높고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있었다. 여기에 '물파스', '미에로화이바' 등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 씨는 2004년부터 현대약품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해 2006년 최대주주가 됐다.
슈퍼개미 중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박성득씨는 주식을 고를 때에는 많이 버는 것보다는 적게 잃을 것을 염두해두라며 '저평가 가치주'를 고르라고 조언하곤 한다. 저평가 가치주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가치 △부동산·설비 등의 자산가치 △시장에서의 미래 성장가치(제품이 앞으로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 것인가) 등을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
박 씨는 현금가치 자산가치 성장가치를 합한 값이 현재의 시가총액보다 높다면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설명했다. 박 씨가 첫 대박을 낸 중외제약이나 현재 일부 보유중인 현대약품, 한국선재 등도 이런 방법으로 선택한 종목이다.
박 씨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자 슈퍼스타이다. 이 쯤이면 서울 시내에 투자자문사를 세우거나 거액 자산가들의 돈을 굴린다는 소식이 들릴 법도 하다.
하지만 그의 소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그를 만나려면 산중턱의 작은 마을까지 찾아와야 한다. 이처럼 은둔한 촌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박 씨지만 본업인 주식투자는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은 그의 일터이자 삶터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장한 것은 지난 15일. 이날 박 씨는 현대약품의 주식 10만주를 처분해 521만5900주(18.6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3월25일에는 현대약품 주식 531만5900주(18.99%)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분축소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1일 현대약품을 687만8980주(24.57%)까지 보유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한 매도로 20% 이하로 지분이 낮아지게 됐다.
"현대약품의 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서 판 건 아니예요. 매도하고 다른 주식을 좀 사기 위해서였죠. 앞으로 다시 살 수도 있습니다. 현대약품이 최근 '미에로뷰티엔', '미에로워터' 같은 신제품 내놓고 마케팅 중인 건 아시죠? '미에로화이바'로 큰 회사니만큼 어느정도 노하우도 있으니까 좋은 실적결과로 이어질 걸로 봅니다."
최근 현대약품을 왜 매도했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좋은 회사라고 치켜 세우는 박 씨. 그렇다. 그는 슈퍼개미인 동시에 현대약품의 주요주주다. 주주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를 잘 알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박성득씨와 같은 가치투자자에게는 당연지사다.
◆금융위기 예감하고 보유주식 매도…한국선재 손절매 '힘들었다'
현대약품에 대한 칭찬이 끝나기 무섭게 박 씨는 한국선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선재는 지난해 박 씨가 새로 매수해 화제가 된 종목이지만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해 3월10일 한국선재 주식 81만5116주(5.46%)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이날 한국선재의 주가는 2643원이었다. 5% 이상 한국선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박씨의 공시는 개인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다.
한국선재는 1974년 부산에 설립된 선재가공업체로 국내 아연도금철선, STS도금강선, 형강유통 1위업체이다. 박씨는 한국선재의 현재가치(철강유통으로 영업이익률 15% 가량)와 미래가치(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인 해저케이블용 아모링와이어)를 고려해 매집을 결심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초 한국선재가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었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인데다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이었다.
이후 박 씨의 추가매수와 그를 따라 매수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의 공세로 한국선재는 지난해 3월 12일 8635원까지 치솟았다. 박 씨의 보유주식은 217만2670주(14.23%)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해 6월17일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한 박 씨가 실권함에 따라 8월19일 박 씨의 지분은 주식수 변동없이 14.23% 에서 9.49%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들어 박 씨의 매도가 거세지면서 한국선재의 주가는 금융위기까지 더해 52주 최저가인 1590원(2008년 10월28일 현재)으로 떨어졌다. 다음날인 10월29일 박 씨는 최고 14.23% 였던 자신의 한국선재 지분을 크게 줄여 111만7주(4.85%)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회사를 믿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다니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믿음이 깨진데다 경제 상황도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매도를 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결심이 섰던 매도를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더군요."
박 씨는 금융위기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번질 줄은 몰랐지만 어느 정도 위기가 올것으로는 예상했다고 한다. 한국선재 이외에 다른 투자종목도 금융위기를 앞두고 상당물량을 매도했다. 다만 한국선재에 대해서는 끝까지 망설였다. 그를 보고 뒤따라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매도에 나서기 어려웠다. 망설이던 끝에 그는 5% 이하로 지분을 줄이는 것으로 한국선재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됐다.
"한국선재는 실적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회사입니다. 한국선재도 그렇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라면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을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경제위기가 올 분위기였어요."
박 씨는 늘 '주식공부'보다 '경제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시적인 지표들이 결국에는 주식시장으로 이어진다는 믿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금융위기 직전에 환율의 움직임과 외환보유고를 파악하고 주식시장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있던 상태에서 환율이 오르고 있었어요. 작년 8~9월에는 외환보유고가 2400억달러 밖에 안됐습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더 불거지면 외국인 매도가 일어날테고 그러면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달러를 비롯해 모든 가치가 떨어지고, 한국이 일본 돈을 빌려서 투자한 것까지 갚아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봤죠."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변화에 약한 체력이 금방 드러나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경제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번에는 통화스왑을 조기에 체결해 문제가 번지지는 않았지만 외환보유고는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올해 확실한 경제 회복에 성공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하를 유지해야 하고 △원·달러 환율 1300원대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돈 쓰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소비는 검소해야 하며 투자는 주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시장 믿고 투자할 때…"금융주 저평가 종목 많아"
박 씨의 집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아침과 저녁께 안개들이 산을 따라 피어오르니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고 한다. 때마침 뒷산의 밤나무꽃 향기까지 몰려와 정신을 놓을 정도다.
"앞산과 뒷산이 한 눈에 보이죠? 투자도 이렇게 한 눈에 들어와요. 제가 특출나서가 아닙니다. 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고 나니까 아침에 미국 증시정도만 챙겨보면 그날의 국내증시가 어떻게 움직일 지는 알겠더라구요. 이제는 '어느 종목으로 얼마를 벌었다' 보다는 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박 씨는 현대약품같은 중소형주 뿐만 아니라 대형주들도 꽤 많이 매집했다. 그 때 그 때 경제상황이 바뀔 때마다 투자패턴이나 전략을 조금씩 바꿔가며 투자종목의 비율을 조정한다. 지난해 초에는 LG텔레콤, SK증권, 대우증권 등 대형주를 잇따라 샀고 차익도 많이 남겼다. 동시에 박 씨는 중소형주에 투자하고 이를 공시해서 알렸다. 투자한 회사를 직접 방문해 쓴소리도 해 댄다.
"개인들이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분이 늘수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내야하고 부담도 커집니다. 5%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지분신고가 들어가면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해당 투자자를 주시합니다. 속임수로 다른 사람들 돈 끌어모으고 주가를 조작하는 불법을 저지르면 벌을 받게 돼있습니다. 다시말해 주식시장에서는 깨끗한 돈으로 정당한 수익을 내는 페어플레이가 필수입니다."
박 씨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없다'며 편법으로 이익을 내려는 사람은 실패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지난해 배당수익금으로 11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중에 6억원은 배당수익금에 대한 세금으로 빠져나갔다.
"저는 이익을 낼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에 따른 세금도 빼놓지 않고 냅니다. 이제는 나(박성득)라는 존재를 알려야 기업에도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난 '나'라는 존재를 노출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아요."
주식시장에서는 당당한 박 씨지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렸다. 이렇듯 초야에 묻혀 살지만 증권가의 새로운 정보나 소식들이 궁금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돈을 위탁해 관리하거나 자문을 한다면 유명세만큼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텐데 말이다.
"넘치는 정보나 뉴스는 없느니만 못합니다. 자기의 투자종목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사야합니다. 제가 투자한 종목중에 갑자기 투자를 결정한 종목들은 없어요. 10년전부터 꾸준히 봐왔던 종목들 중에서 저평가 돼있다고 생각되면 매집합니다. 오랜동안 봤던 종목이라고 해서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예요. 전문경영인들이 맡은 바를 잘하고 이익을 꾸준하게 내주면 고마운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만 충실하다. 다만 8명의 지인들에게 가끔씩 좋은 종목을 추천해 주곤 한다. 추천대상은 박 씨가 투자하는 종목과 겹치지 않고 각자의 투자패턴을 고려해 분석한 종목이다. 따로 수수료를 받지는 않지만 이들은 지인들은 몸에 좋다는 보약이며 대게, 간장 등 먹거리들을 택배로 보내며 답례를 한다.
박 씨는 현재 제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의심'이라는 주제로 책을 낼 예정이다. 이 또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주식투자 교과서의 일부다. 이 책은 투자에 있어서 '선의의 의심'을 하라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그는 이 같이 의심과 점검으로 투자에 임하라고는 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성장에 대해서는 의심말라고 충고했다.
"한국주식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해왔습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저평가 상태예요. 내재 가치에 비해서 주가가 덜 올라와있죠. 조정을 받느니 일시적인 유동성랠리니 하는 분석은 믿지 마세요. 지금 증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앞으로 3000선이고 4000선이고 금방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의 공업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다 IT(정보기술), 통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가능성 등으로 든든한 배경을 가진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가가 4000선에 달했는데 꾸준히 투자해 온 외국인들만 배를 불린다면 '죽 쒀서 O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덧붙여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도 내놓았다. 투자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빌려서라도 투자하라는 것이 박 씨의 지론이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자신의 결정을 믿고 △재무재표나 이익 등 회사에 대한 분석에 확신을 들 때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조선산업을 시작하면서 500원짜리 지폐에 나온 거북선 이야기로 영국에서 차관도입을 성공시킨 이야기 아시죠? 주식투자도 사업과 다르지 않아요. 이런 것이 바로 레버리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들어 그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들이 궁금했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들이 아직 덜 회복된 것 같아요. 종목까지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지금 저평가주들이 가장 많은 업종이 금융주입니다." 박 씨는 가치투자자 답게 금융주 중 한 종목을 현재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머지 않아 5%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나만의 가치주'이고 '종목을 공개해 다른 개인들의 매수가 이어진다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 세력들과 뭐가 다르겠냐'는 것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자신만의 가치주를 고르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밀양(경남)=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서울에서 5시간 반을 달려간 것도 모자라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을 한참 올라가서야 그의 집에 닿을 수 있었다. 모니터를 앞에 두고 차트와 재무재표를 분석하거나 혹은 제자들을 한 두명쯤 거느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박 씨는 푹 눌러 쓴 밀짚모자 속에 거무티티한 얼굴을 하고선 진흙이 묻은 바지를 대충 양말에 구겨넣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100억대의 주식부자이지만 멀리서 보아선 평범한 촌부(村夫)라고 느낄 만한 품새다.
지난해 터를 잡았다는 집은 아직도 구석구석 공사중이었다. 이 날 박 씨는 화단을 옮기고 있었다. 돌담을 따라 꽃길을 가꾸어 놓았는데 이번 여름에 비라도 오면 담이 무너질 수도 있을까봐 미리 손쓰는 것이란다.
주식투자가 본업인 그는 집 앞 텃밭에서 오이, 상추, 고추와 꽃 등을 심고 가꾸곤 한다. 거둬낸 야채는 아내가 요리해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자급자족 농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꽃길을 가꾸기 위해 엉성하게 나무를 다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초보 촌부였다.부산에 살던 그는 지난해 산골짜기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고 싶다는 소망에 연고도 없는 밀양으로 이사했다. 기자가 어렵사리 찾아간 그의 집에는 박씨와 박 씨의 아내, 그리고 강아지 두마리가 살고 있었다. 마침 호주에서 유학중인 두 아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서 트레이딩방을 찾았다. 아직도 주식시장이 끝나지 않은 시간인 만큼 다른 슈퍼개미들처럼 모니터 여러대가 즐비하고 현재가창과 각종 차트 창 등이 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 씨의 컴퓨터는 안방으로 가는 길목에 꺼진 채로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모니터도 달랑 두 개 뿐이었고 벽면을 가득 채울 법한 증권서적 행렬도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를 종일 들여다보면서 주식투자를 하지는 않아요. 내가 단타하는 사람도 아니고…. 장 시작할 때 즈음 잠시 컴퓨터 켜서 좀 보다가 꺼 놓습니다. 관심종목들 주가 좀 보다가 사도 되겠다 싶으면 SK증권에 전화해서 사달라고 합니다. 인터넷 다 되는데 주식투자를 꼭 서울에서 할 필요가 있나요? 이렇게 자연에 둘러쌓여 사는게 얼마나 마음이 편한데…"이렇게 심신이 편해 보이는 박 씨도 어린시절에는 배고픔과 가난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친척집에 얹혀살던 중 15세에 무작정 부산행 열차를 탔다. 밥은 굶지 말아야 겠다며 횟집 주방 보조로 취직했다. 15세 소년은 스무살에 어엿한 일식 요리사가 되고 부산 조선비치호텔, 경주 서라벌호텔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일식집 개점을 꿈꾸게 됐다.
◆사업해서 번돈 주식으로 몽땅 날려…2003년 중외제약으로 70억원 '대박'
결혼을 하고 스물다섯이 된 그는 10년간 모은 돈 1000만원으로 '흑송'이라는 일식집을 차렸다. 주류도매상, 전세금, 해산물가게, 생선가게 등에서 돈을 빌려 1억원 짜리 일식집을 완성했다. 다행히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개업 석 달만에 빚을 갚았고 스물일곱 되던 해 '대어'라는 초대형 일식집을 오픈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대어'는 부산의 대표적인 일식집으로 20년동안 승승장구했다.일식집은 성공했지만 1987년부터 손대기 시작한 주식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일식집을 통해 번돈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몽땅 날려버렸다. 18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박 씨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뤘다.
그래도 외환위기 이후 중외제약으로 대박을 냈다. 1998년 중외제약을 1주당 6000원에 30만주를 사들였고 2003년 5년을 묻어둔 이 주식은 2만3000원까지 치솟아 70억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종근당, 대우증권 등 투자한 종목들이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10년도 되지 않아 100억원대의 주식 부자 대열에 올라섰다.
특히 49세에 현대약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박 씨의 가치투자는 빛을 발했다. 당시 현대약품은 배당이 14%로 높고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있었다. 여기에 '물파스', '미에로화이바' 등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 씨는 2004년부터 현대약품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해 2006년 최대주주가 됐다.
슈퍼개미 중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박성득씨는 주식을 고를 때에는 많이 버는 것보다는 적게 잃을 것을 염두해두라며 '저평가 가치주'를 고르라고 조언하곤 한다. 저평가 가치주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가치 △부동산·설비 등의 자산가치 △시장에서의 미래 성장가치(제품이 앞으로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 것인가) 등을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
박 씨는 현금가치 자산가치 성장가치를 합한 값이 현재의 시가총액보다 높다면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설명했다. 박 씨가 첫 대박을 낸 중외제약이나 현재 일부 보유중인 현대약품, 한국선재 등도 이런 방법으로 선택한 종목이다.
박 씨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자 슈퍼스타이다. 이 쯤이면 서울 시내에 투자자문사를 세우거나 거액 자산가들의 돈을 굴린다는 소식이 들릴 법도 하다.
하지만 그의 소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그를 만나려면 산중턱의 작은 마을까지 찾아와야 한다. 이처럼 은둔한 촌부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박 씨지만 본업인 주식투자는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은 그의 일터이자 삶터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장한 것은 지난 15일. 이날 박 씨는 현대약품의 주식 10만주를 처분해 521만5900주(18.6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3월25일에는 현대약품 주식 531만5900주(18.99%)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분축소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1일 현대약품을 687만8980주(24.57%)까지 보유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한 매도로 20% 이하로 지분이 낮아지게 됐다.
"현대약품의 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서 판 건 아니예요. 매도하고 다른 주식을 좀 사기 위해서였죠. 앞으로 다시 살 수도 있습니다. 현대약품이 최근 '미에로뷰티엔', '미에로워터' 같은 신제품 내놓고 마케팅 중인 건 아시죠? '미에로화이바'로 큰 회사니만큼 어느정도 노하우도 있으니까 좋은 실적결과로 이어질 걸로 봅니다."
최근 현대약품을 왜 매도했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좋은 회사라고 치켜 세우는 박 씨. 그렇다. 그는 슈퍼개미인 동시에 현대약품의 주요주주다. 주주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를 잘 알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박성득씨와 같은 가치투자자에게는 당연지사다.
◆금융위기 예감하고 보유주식 매도…한국선재 손절매 '힘들었다'
현대약품에 대한 칭찬이 끝나기 무섭게 박 씨는 한국선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선재는 지난해 박 씨가 새로 매수해 화제가 된 종목이지만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해 3월10일 한국선재 주식 81만5116주(5.46%)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이날 한국선재의 주가는 2643원이었다. 5% 이상 한국선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박씨의 공시는 개인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다.
한국선재는 1974년 부산에 설립된 선재가공업체로 국내 아연도금철선, STS도금강선, 형강유통 1위업체이다. 박씨는 한국선재의 현재가치(철강유통으로 영업이익률 15% 가량)와 미래가치(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인 해저케이블용 아모링와이어)를 고려해 매집을 결심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초 한국선재가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었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인데다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이었다.
이후 박 씨의 추가매수와 그를 따라 매수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의 공세로 한국선재는 지난해 3월 12일 8635원까지 치솟았다. 박 씨의 보유주식은 217만2670주(14.23%)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해 6월17일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한 박 씨가 실권함에 따라 8월19일 박 씨의 지분은 주식수 변동없이 14.23% 에서 9.49%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들어 박 씨의 매도가 거세지면서 한국선재의 주가는 금융위기까지 더해 52주 최저가인 1590원(2008년 10월28일 현재)으로 떨어졌다. 다음날인 10월29일 박 씨는 최고 14.23% 였던 자신의 한국선재 지분을 크게 줄여 111만7주(4.85%)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회사를 믿고 투자했는데 회사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다니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믿음이 깨진데다 경제 상황도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매도를 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결심이 섰던 매도를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더군요."
박 씨는 금융위기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번질 줄은 몰랐지만 어느 정도 위기가 올것으로는 예상했다고 한다. 한국선재 이외에 다른 투자종목도 금융위기를 앞두고 상당물량을 매도했다. 다만 한국선재에 대해서는 끝까지 망설였다. 그를 보고 뒤따라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매도에 나서기 어려웠다. 망설이던 끝에 그는 5% 이하로 지분을 줄이는 것으로 한국선재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됐다.
"한국선재는 실적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회사입니다. 한국선재도 그렇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라면 주주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을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경제위기가 올 분위기였어요."
박 씨는 늘 '주식공부'보다 '경제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시적인 지표들이 결국에는 주식시장으로 이어진다는 믿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금융위기 직전에 환율의 움직임과 외환보유고를 파악하고 주식시장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있던 상태에서 환율이 오르고 있었어요. 작년 8~9월에는 외환보유고가 2400억달러 밖에 안됐습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더 불거지면 외국인 매도가 일어날테고 그러면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달러를 비롯해 모든 가치가 떨어지고, 한국이 일본 돈을 빌려서 투자한 것까지 갚아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봤죠."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변화에 약한 체력이 금방 드러나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경제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번에는 통화스왑을 조기에 체결해 문제가 번지지는 않았지만 외환보유고는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올해 확실한 경제 회복에 성공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하를 유지해야 하고 △원·달러 환율 1300원대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돈 쓰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소비는 검소해야 하며 투자는 주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시장 믿고 투자할 때…"금융주 저평가 종목 많아"
박 씨의 집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아침과 저녁께 안개들이 산을 따라 피어오르니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고 한다. 때마침 뒷산의 밤나무꽃 향기까지 몰려와 정신을 놓을 정도다.
"앞산과 뒷산이 한 눈에 보이죠? 투자도 이렇게 한 눈에 들어와요. 제가 특출나서가 아닙니다. 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고 나니까 아침에 미국 증시정도만 챙겨보면 그날의 국내증시가 어떻게 움직일 지는 알겠더라구요. 이제는 '어느 종목으로 얼마를 벌었다' 보다는 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박 씨는 현대약품같은 중소형주 뿐만 아니라 대형주들도 꽤 많이 매집했다. 그 때 그 때 경제상황이 바뀔 때마다 투자패턴이나 전략을 조금씩 바꿔가며 투자종목의 비율을 조정한다. 지난해 초에는 LG텔레콤, SK증권, 대우증권 등 대형주를 잇따라 샀고 차익도 많이 남겼다. 동시에 박 씨는 중소형주에 투자하고 이를 공시해서 알렸다. 투자한 회사를 직접 방문해 쓴소리도 해 댄다.
"개인들이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분이 늘수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내야하고 부담도 커집니다. 5%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지분신고가 들어가면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해당 투자자를 주시합니다. 속임수로 다른 사람들 돈 끌어모으고 주가를 조작하는 불법을 저지르면 벌을 받게 돼있습니다. 다시말해 주식시장에서는 깨끗한 돈으로 정당한 수익을 내는 페어플레이가 필수입니다."
박 씨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없다'며 편법으로 이익을 내려는 사람은 실패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지난해 배당수익금으로 11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중에 6억원은 배당수익금에 대한 세금으로 빠져나갔다.
"저는 이익을 낼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에 따른 세금도 빼놓지 않고 냅니다. 이제는 나(박성득)라는 존재를 알려야 기업에도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난 '나'라는 존재를 노출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아요."
주식시장에서는 당당한 박 씨지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렸다. 이렇듯 초야에 묻혀 살지만 증권가의 새로운 정보나 소식들이 궁금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돈을 위탁해 관리하거나 자문을 한다면 유명세만큼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텐데 말이다.
"넘치는 정보나 뉴스는 없느니만 못합니다. 자기의 투자종목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사야합니다. 제가 투자한 종목중에 갑자기 투자를 결정한 종목들은 없어요. 10년전부터 꾸준히 봐왔던 종목들 중에서 저평가 돼있다고 생각되면 매집합니다. 오랜동안 봤던 종목이라고 해서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예요. 전문경영인들이 맡은 바를 잘하고 이익을 꾸준하게 내주면 고마운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만 충실하다. 다만 8명의 지인들에게 가끔씩 좋은 종목을 추천해 주곤 한다. 추천대상은 박 씨가 투자하는 종목과 겹치지 않고 각자의 투자패턴을 고려해 분석한 종목이다. 따로 수수료를 받지는 않지만 이들은 지인들은 몸에 좋다는 보약이며 대게, 간장 등 먹거리들을 택배로 보내며 답례를 한다.
박 씨는 현재 제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의심'이라는 주제로 책을 낼 예정이다. 이 또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주식투자 교과서의 일부다. 이 책은 투자에 있어서 '선의의 의심'을 하라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그는 이 같이 의심과 점검으로 투자에 임하라고는 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성장에 대해서는 의심말라고 충고했다.
"한국주식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해왔습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저평가 상태예요. 내재 가치에 비해서 주가가 덜 올라와있죠. 조정을 받느니 일시적인 유동성랠리니 하는 분석은 믿지 마세요. 지금 증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앞으로 3000선이고 4000선이고 금방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의 공업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다 IT(정보기술), 통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가능성 등으로 든든한 배경을 가진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가가 4000선에 달했는데 꾸준히 투자해 온 외국인들만 배를 불린다면 '죽 쒀서 O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덧붙여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도 내놓았다. 투자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빌려서라도 투자하라는 것이 박 씨의 지론이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자신의 결정을 믿고 △재무재표나 이익 등 회사에 대한 분석에 확신을 들 때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조선산업을 시작하면서 500원짜리 지폐에 나온 거북선 이야기로 영국에서 차관도입을 성공시킨 이야기 아시죠? 주식투자도 사업과 다르지 않아요. 이런 것이 바로 레버리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들어 그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들이 궁금했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들이 아직 덜 회복된 것 같아요. 종목까지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지금 저평가주들이 가장 많은 업종이 금융주입니다." 박 씨는 가치투자자 답게 금융주 중 한 종목을 현재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머지 않아 5%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나만의 가치주'이고 '종목을 공개해 다른 개인들의 매수가 이어진다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 세력들과 뭐가 다르겠냐'는 것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자신만의 가치주를 고르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밀양(경남)=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