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1700년 전에도 비키니가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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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의복이 신체를 감싸는 정도는 시대와 문화마다 천차만별이다. 두툼한 베일에 가린 아랍 여성들의 실상이 정열적인 미인일지, 아니면 오싹해지는 노파일지는 오직 그 여인의 남편만이 알고 있을 것. 반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호경기, 불경기에 관계없이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가 장기집권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아랍사회 처럼 서구 사회에서도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극단적으로 신체를 숨기는 방향으로 의복과 문화가 진화했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선 ‘다리(leg)'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조차 ’외설‘로 여겨졌고 음악회에선 그랜드 피아노의 다리도 천으로 감싸야 했다. 닭이나 칠면조도 요리가 된 뒤라도 함부로 다리를 드러내선 안됐다.
해수욕장에선 수영복인지 평상복인지 잘 구별도 안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갱의차(更衣車)에 커튼으로 칸막이한 계단을 달아야 했다.이 계단을 통해 차속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간 것.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예의지키기가 사라지면서 노출되는 부위는 점차 넓어졌다.헐리우드 영화에선 1930년대 까지 배꼽을 감춰야 했지만 1960년대가 되면 여성의 젖꼭지로 기준이 훨씬 관대해졌다.이어 여성들의 토플리스 수영복이 남프랑스에서 경찰과의 마찰을 겪은뒤 유럽에선 어느정도 쉽게 용인되는 선까지 ‘발전(!!!)’했다.
그전에 1946년 비키니가 개발되며 새시대를 열었지만,사실 인류사에 비키니는 수천년 전부터 존재했다. 이미 금석병용시대에 아타톨리아 고원지대에서 표범가죽으로 비키니를 만들어 입었다고 하고 기원전 14세기부터 그리스의 도자기들에서 비키니와 유사한 의복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것.
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4세기 로마시대의 모자이크화다. 이 그림에선 10명의 ‘비키니 걸’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실 이처럼 옷차림에 관한 문화가 밀물과 썰물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오가게 된 배경에는 종교적,문화적 이유도 있지만 의복이 바로 사회계층을 구분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바로 동양이건 서양이건 간에 많은 경우, 의복은 기호의 차원이 아닌 법률의 문제로 다뤄진 것이다. 오랫동안 하층계급이 상층계급의 옷을 입는 것은 엄격히 금지됐고 (지금도 군대에서 낮은 계급의 사람이 높은 계급의 옷을 함부로 입을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신분별로 세세한 의복 코드가 마련됐다.(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웠던 고대사회의 복잡한 복제를 암기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영국 에드워드4세 시절에는 소위 의류개혁법이 만들어져 “경(lord)보다 낮은 신분인 기사(knight)는 일어섰을 때 음부와 둔부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기장이 짧은 옷을 입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기사는 경보다 끝이 2인치 이상 뾰족하게 구부러진 부츠를 신어서도 안됐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40펜스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르네상스 시대 독일에선 자기 신분보다 높은 계층의 옷을 입은 부인에겐 벌로 무거운 칼이 씌워졌고, 미국에선 초기 뉴잉글랜드 시대에 남편이 1000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내가 실크 스카프를 두르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신분사회가 무너지거나 신분의 기준이 바뀌어가도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는 옷을 계속해서 입으려 했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방식이 부와,부의 차이에 의한 레저생활에 따른 의복구분 이었다. 18세기 영국 신사들은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사냥에 참여하는 복장을 통해 사람들을 구분지었다. 바로 말을 쉽게 타기위해 앞이 터지고 뒤에 제비꼬리가 달린 코트를 입기 시작한 것.모자도 쭈그러진 헬멧과 같은 모양을 한 단단한 것으로 변형됐다.
하지만 이같은 첨단 패션도 보편화 되자 사격, 낚시, 골프 등으로 사람들을 구분짓는 레저가 달라졌고 새로운 복장코드는 체크무늬의 신사복으로 바뀌고 모자도 중절모가 중산모로 바뀌게 됐다.
비키니에서부터 결혼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연미복, 명품 버버리에 남아있는 체크무늬까지 모든 의복들은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반영된 집단적 의식의 역사가 투영된 존재인 것이다.
<참고한 책> 데즈먼드 모리스, 맨워칭-인간 행동을 관찰한다, 까치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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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이 신체를 감싸는 정도는 시대와 문화마다 천차만별이다. 두툼한 베일에 가린 아랍 여성들의 실상이 정열적인 미인일지, 아니면 오싹해지는 노파일지는 오직 그 여인의 남편만이 알고 있을 것. 반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호경기, 불경기에 관계없이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가 장기집권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아랍사회 처럼 서구 사회에서도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극단적으로 신체를 숨기는 방향으로 의복과 문화가 진화했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선 ‘다리(leg)'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조차 ’외설‘로 여겨졌고 음악회에선 그랜드 피아노의 다리도 천으로 감싸야 했다. 닭이나 칠면조도 요리가 된 뒤라도 함부로 다리를 드러내선 안됐다.
해수욕장에선 수영복인지 평상복인지 잘 구별도 안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갱의차(更衣車)에 커튼으로 칸막이한 계단을 달아야 했다.이 계단을 통해 차속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간 것.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예의지키기가 사라지면서 노출되는 부위는 점차 넓어졌다.헐리우드 영화에선 1930년대 까지 배꼽을 감춰야 했지만 1960년대가 되면 여성의 젖꼭지로 기준이 훨씬 관대해졌다.이어 여성들의 토플리스 수영복이 남프랑스에서 경찰과의 마찰을 겪은뒤 유럽에선 어느정도 쉽게 용인되는 선까지 ‘발전(!!!)’했다.
그전에 1946년 비키니가 개발되며 새시대를 열었지만,사실 인류사에 비키니는 수천년 전부터 존재했다. 이미 금석병용시대에 아타톨리아 고원지대에서 표범가죽으로 비키니를 만들어 입었다고 하고 기원전 14세기부터 그리스의 도자기들에서 비키니와 유사한 의복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것.
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4세기 로마시대의 모자이크화다. 이 그림에선 10명의 ‘비키니 걸’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실 이처럼 옷차림에 관한 문화가 밀물과 썰물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오가게 된 배경에는 종교적,문화적 이유도 있지만 의복이 바로 사회계층을 구분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바로 동양이건 서양이건 간에 많은 경우, 의복은 기호의 차원이 아닌 법률의 문제로 다뤄진 것이다. 오랫동안 하층계급이 상층계급의 옷을 입는 것은 엄격히 금지됐고 (지금도 군대에서 낮은 계급의 사람이 높은 계급의 옷을 함부로 입을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신분별로 세세한 의복 코드가 마련됐다.(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웠던 고대사회의 복잡한 복제를 암기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영국 에드워드4세 시절에는 소위 의류개혁법이 만들어져 “경(lord)보다 낮은 신분인 기사(knight)는 일어섰을 때 음부와 둔부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기장이 짧은 옷을 입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기사는 경보다 끝이 2인치 이상 뾰족하게 구부러진 부츠를 신어서도 안됐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40펜스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르네상스 시대 독일에선 자기 신분보다 높은 계층의 옷을 입은 부인에겐 벌로 무거운 칼이 씌워졌고, 미국에선 초기 뉴잉글랜드 시대에 남편이 1000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내가 실크 스카프를 두르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신분사회가 무너지거나 신분의 기준이 바뀌어가도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는 옷을 계속해서 입으려 했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방식이 부와,부의 차이에 의한 레저생활에 따른 의복구분 이었다. 18세기 영국 신사들은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사냥에 참여하는 복장을 통해 사람들을 구분지었다. 바로 말을 쉽게 타기위해 앞이 터지고 뒤에 제비꼬리가 달린 코트를 입기 시작한 것.모자도 쭈그러진 헬멧과 같은 모양을 한 단단한 것으로 변형됐다.
하지만 이같은 첨단 패션도 보편화 되자 사격, 낚시, 골프 등으로 사람들을 구분짓는 레저가 달라졌고 새로운 복장코드는 체크무늬의 신사복으로 바뀌고 모자도 중절모가 중산모로 바뀌게 됐다.
비키니에서부터 결혼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연미복, 명품 버버리에 남아있는 체크무늬까지 모든 의복들은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반영된 집단적 의식의 역사가 투영된 존재인 것이다.
<참고한 책> 데즈먼드 모리스, 맨워칭-인간 행동을 관찰한다, 까치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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