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상포진

올림픽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훤하다. 메달리스트뿐이랴.누구든 잘 나갈 땐 얼굴은 물론 온몸에 활력이 넘친다. 반면 은퇴하거나 실직하면 전신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축 처져 보인다. 실제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얼굴도 갑자기 폭삭 늙는다.

남자의 경우 이혼하면 10년,사별하면 8년이나 평균 기대수명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마음과 몸은 이처럼 늘 함께 움직인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우면 몸 상태도 저절로 좋아지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 많으면 몸에도 자꾸 이런저런 탈이 난다.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는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2년 22만여명이던 환자가 2007년엔 37만여명으로 65%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 한 의원에선 환자의 49.6%가 20~30대였다는 보고도 나왔다.

대상포진이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수포성(水疱性) 피부질환이다. 온몸이 나른하고 열이 나면서 속이 메스꺼운 등 감기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가슴,배,팔,다리,눈 주위 등에 울긋불긋한 발진과 물집이 생긴다. 보기 흉한 데다 통증이 극심해 걸려본 사람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병이다.

대개는 2~3주 지나면 좋아지지만 상처가 아문 뒤에도 바람이 불거나 옷깃이 스치면 아픈데다 한번 발생하면 재발 또한 쉽다는 마당이다. 보통은 50대 이상,그 중에서도 과로나 질병으로 신체 저항력이 급감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데 최근엔 나이에 상관없이 생긴다는 것이다. 원인은 각종 공해 탓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무시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직장인은 무한경쟁,학생과 청년층은 입시와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걸린다는 분석이다. 그러니까 탈이 안나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몸을 튼튼히 해야 하지만 동시에 마음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이다. 불안한 마음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진해볼 일이다. 작은 일이라도 성취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면 좀 더 큰 목표에 도전할 수 있다. 목표에 집중하는 동안 몸에 생긴 대상포진 따윈 저절로 사라질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