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과천·분당 주택대출증가 '강남3구'의 3배
입력
수정
대부분 실수요자…LTV 평균 45% 수준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최근에 많이 늘어났지만 투기지역으로 남아있는 서울 강남 · 서초 · 송파구 등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 차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많았고 외국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주도적으로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서초·송파는 자기돈으로 집 구입 많아
◆강남주택 구입자 "대출 필요없다"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강남 3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18조2526억원으로 전달보다 오히려 286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도 839억원(0.5%) 늘어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조2930억원(4.0%)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강남 3구의 부동산 수요층이 대체로 여유 자금이 풍부한 부유층인 경우가 많은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기 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값싼 매물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실수요자 많아강남 3구와 달리 목동 과천 용인 분당 등의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이들 4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말보다 1689억원 증가,같은 기간 강남 3구 대출증가액(537억원)의 3배에 달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한도(집값의 60%)를 꽉 채워 돈을 빌리는 경우는 적었다. 예컨대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는 평균 45% 수준이었다. 이 은행 목동지점 관계자는 "집값 대비 50% 이상을 대출받는 고객도 간혹 있지만 평균적으로 40%를 조금 넘는다"며 "이 지역의 집값은 평균 6억2000만원 정도고 2억~2억5000만원을 대출해가는 고객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대출도 거주 목적이 상당히 많다는 게 은행원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전세를 끼고 사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거주와 투자 비중이 7 대 3 내지 8 대 2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이 과다 경쟁 주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국민은행의 주택대출 증가액은 올 들어 6월까지 1조6142억원이었다. 반면 자산 규모가 국민은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SC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2조632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 상반기 중 1조9139억원이었고 우리은행 1조2540억원,하나은행은 9987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SC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2.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는 수준에서 결정,국민은행이 제시하는 금리(CD금리+2.5%포인트 이상)보다 낮은데다 담보설정비도 은행이 부담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2%포인트 인하하고 대출 상담사를 신규 모집하는 등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목표를 채우느라 발이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계 은행들은 여의도 광화문 강남역 등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해 전단지를 나눠주며 대출 영업을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강동균/유창재/유승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