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자동차 풍향계] 멋진 컨버터블의 오너가 된다면…

하늘에 구멍난 듯이 비가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하게 맑은 하늘이 열리는 날들이 반복된다. 오늘은 컨터버블 이야기다. 쉽게 말해 지붕이 없는 오픈카 모델을 컨버터블,카브리올레,로드스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여기에 여닫는 지붕의 재질에 따라 천으로 된 것을 소프트 톱,철 제품으로 된 것을 하드 톱으로 나누고 탑승 인원에 따라 2인승,2+2,4인승 등으로 세분화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엔 컨버터블 모델이 많지 않았다. 당시엔 벤츠와 BMW,사브에서만 컨버터블을 갖추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수입차가 대중에게 파고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만 해도 벌써 8대의 컨버터블 신모델이 나왔다. 스포츠카의 명가 포르쉐의 로드스터 뉴박스터,앙증맞은 디자인으로 골수 팬들을 갖고 있는 미니 컨버터블,페라리 최초의 하드톱 모델 캘리포니아,BMW 로드스터의 명맥을 잇는 모델로 새롭게 탈바꿈한 Z4,렉서스의 두 번째 오픈카 모델 IS250C,지난 2월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해 아름다운 컨버터블이라는 명성을 얻은 인피니티의 G37 컨버터블 등은 이미 출시된 상태다. 이제 곧 상륙할 모델로는 스타일리시한 아우디 TT의 고성능 버전인 TTS 로드스터,푸조 307CC의 인기를 뒤이을 308CC 등이 있다.

컨버터블은 우선 스타일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안전에 문제가 있다''톱에서 물이 샌다''한국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다' 등의 속설이 매력을 짓누르면서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속설들은 진실일까. 우선 최근 선보이는 컨버터블을 보면 대부분 하드톱 모델이다. 예전에는 소프트톱 컨버터블이 다수였지만 새로 나온 8개 모델 가운데 포르쉐와 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드톱 모델이다. 하드톱 모델은 톱을 씌우면 쿠페나 일반 세단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소음이나 바람,전복 위험에서 완벽하게 운전자를 보호해 준다. 예전 컨버터블 모델들은 시속 100㎞를 넘겨 고속으로 달리기 힘들었다. 귀로 쏟아지는 바람소리는 어느 정도 참아보겠지만 차안에 소용돌이치는 바람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그 바람이 마치 회초리처럼 빰을 때려 액셀을 밟은 발에서 슬그머니 힘을 빼게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고속에서도 옆 사람과의 대화가 자유롭고 음악소리도 제대로 들리며 기분좋게 어루만지는 바람으로 오픈 에어링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150㎞/h 이상이 되어야만 톱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도로 형편상 150㎞/h 이상을 허락하는 곳이 없으니 컨버터블의 톱을 열고 달리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단점이 없는가? 컨버터블은 값이 비싸다. 세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은 세단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단독 모델 역시 비슷한 차급보다 가격이 비싸다. 또하나 하드톱 모델의 경우는 트렁크 공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지붕을 덮는 루프가 차곡차곡 접혀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다른 짐을 넣어둘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을 타고 오픈 에어링의 세계에 한 번 심취해 본 사람라면 그 매력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 때문에 컨버터블은 계속 사랑받아왔고 진화해 왔으며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문화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주목받는 컨버터블의 오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컨버터블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는 다 잊고 말이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