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세계]④변화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자전거株 이후 투자대상은?

[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세계]④변화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자전거株 이후 투자대상은?


옛말에 ‘萬物靜觀皆自得(만물정관개자득)’이라 했다. 만물은 완전하다는 뜻으로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의미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만물은 변하고, 변화는 그 속에서 이루어진다.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주관적 기준을 잣대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남을 보긴 쉽지만 스스로를 보긴 어렵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판단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주식시장에 적용해보자. 우리는 증시에서 변화의 모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가장 유용한 수단은 바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방향만 잘 읽으도 경제의 흐름이나 기업의 성장성, 심지어 수익성까지도 대략 예측이 가능하다. 단기예측은 어려워도 6개월, 혹은 2~3년 후의 중장기적 기업성과는 알 수 있다.


필자가 2007년부터 투자한 자전거주가 단적인 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시장에 당선된 이후 취임 일성으로 서울의 환경과 교통, 시민의 건강을 위해 자전거 중심의 정책을 적극 펴나가겠다고 했다. 마침 환경 친화적 자전거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던 필자는 오 시장의 정책에 주목했다, 이 정책이 발표된 이후 자전거 산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이유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자전거 산업은 매우 미약했다. 주요부품 대부분이 일본이나 유럽의 제품이었고, 일반 상용부품은 대만이나 중국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조악한 수준이었다.
이는 곧 기회로 여겨졌다. 자전거 산업이 발전하지 못 한 만큼, 앞으로의 성장성은 매우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히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 시장점유율이 55%에 이르는 삼천리자전거의 성장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대리점망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자전거 판매 회사다. 또 삼천리자전거에서 떨어져 나와 고급 산악 자전거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첼로스포츠도 정책의 수혜가 예상됐다. 첼로스포츠는 고급자전거 이외에도 장갑이나 헬멧 등 관련 용품도 판매해 자전거산업 발전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필자는 이러한 판단 아래 장기적으로 자전거 업체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2007년부터 관련 주식을 사 모은 것은 교통수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투자한 지 3년만에 필자는 자전거업체 주식을 팔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전거 정책에 힘입어 관련 주식의 주가가 급작스레 올랐기 때문이다. 기대보다 훨씬 많은 수익에 뿌듯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요즘 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는 산업은 바로 금융투자사(증권사)이다.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금융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발전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숙제를 안겨주었다. 세계수요 둔화에 따른 내수시장의 육성과 금융산업의 발전이 그것이다.내수시장이 취약한 탓에 우리정부는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무엇보다 금융 산업의 육성과 발전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지난 2월 자본시장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시일은 다소 걸리겠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국제금융시장을 리드하는 ‘빅’ 투자은행(IB)이 탄생하길 고대하고 있고, 업계는 업계대로 합종연횡을 통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앞으서 말 한 변화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한번 변화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으로 본다.


그러면 과연 어떤 금융투자회사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형 투자은행으로 클 것인가. 제조업의 삼성전자나 포스코처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증권사를 찾는 혜안이 필요하다.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자산영업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과 대신, 현대증권은 위탁매매가 주된 수입원이다. 트레이딩과 IB가 강한 곳은 우리투자증권과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이들 회사 정도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으로 인해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영역과 수익원은 훨씬 다양해졌다. 전반적으로는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겠지만 개별 회사의 능력에 따라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점이 중요하다. 아직 우리 증권산업의 수익구조는 선진형 수익구조와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2000년 73%에 달했던 위탁매매 수익비중이 지난해에는 60%로 감소하는 등 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증권사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강점을 살리면서 자기자본을 확대해 특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또한 최근 본격적으로 IB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증권사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소형 증권사보다는 대우증권 같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합병(M&A) 하려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증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이기에 국민은행의 국내 대형 증권사 인수 추진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더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혹은 국민은행과 대신증권과의 제휴 등도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실제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증권사가 금융투자회사로 한 단계 도약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중대한 변화의 기점에 금융회사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변곡점의 순간을 포착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찰스다윈은 “생존하는 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라고 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투자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인컴 대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