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제약, 암 억제 신물질 상업화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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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까지 전임상 시험…새표적 항암제 개발 추진
백혈병ㆍ 대장암 등 치료 기대
백혈병 대장암 등 난치성 암을 90% 이상 완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표적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이 국내 제약사에 의해 개발됐다. 체내 세포증식 명령 신호전달경로 가운데 하나인 'Wnt'를 차단하는 신물질로는 세계 최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국산 '글로벌 혁신신약(First-In-Class)'의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은 암세포의 신호전달경로를 막아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하는 Wnt 표적항암제 'CWP231A'를 개발,이달부터 전임상 시험에 착수했다고 22일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Wnt 신호전달경로 차단을 통해 암줄기세포를 사멸시켜 근원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표적항암제가 개발단계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Wnt는 세포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명령체계로,단백질 간 결합형태로 이뤄지는 이 신호전달경로가 제대로 작동해야 세포의 복제와 증식이 가능하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CWP231A는 특정 단백질 형태를 모방한 화학물질"이라며 "체내에 들어간 CWP231A가 Wnt신호전달 과정에 먼저 끼어들어 특정 단백질이 결합할 자리를 차지하면서 항암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암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25일간 효과를 실험한 결과 CWP231A가 암세포를 90% 이상 사멸시키는 등 표준항암제인 아락씨(AraC)에 비해 최고 10배에 달하는 항암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더구나 기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도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배진건 신약연구개발 총괄 전무는 "글리벡(백혈병 치료제) 등 기존 항암제의 암세포 사멸률이 최고 80%에 불과했던 이유는 Wnt 신호전달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CWP231A는 이를 해결한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 후보물질"이라고 말했다.
중외제약은 우선 내년 2월까지 전임상시험을 마친 뒤 내년 하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급성백혈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캐나다 임상시험 전문회사인 LAB사와 전임상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2013년까지 모든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뒤 2014년 국내외에 신약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우선 Wnt 이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급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부터 개발하되 향후 만성골수성백혈병과 대장암,폐암 등에 대해서도 치료효과를 검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혈병 등 희귀암 치료제의 경우 임상 2상만 성공해도 시장에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중외제약은 'CWP231A'가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발매 첫해인 2014년 전 세계 표적항암제시장(30조원)의 최소 3% 이상을 점유해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공동임상시험이나 라이선싱 아웃(기술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경하 중외제약 부회장은 "Wnt 표적항암제 개발을 통해 중외제약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표적항암제 등 차세대 신약개발 분야 투자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장암은 80% 이상이 Wnt신호전달 이상으로 발생하며,피부암,백혈병,간암,췌장암 등의 20~60%가량이 Wnt 차단에 실패해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