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Growth Korea] (4) 교통도 그린이다… 파리 車사고율 40% 뚝

녹색 가속엔진 달아라
라이프스타일이 바뀐다
파리의 교통혁명… 잔디위 달리는 트램, 24시간 빌리는 자전거
근대 미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인근의 레알 지구.파리시민과 관광객이 북적이는 거리 한쪽에 20여대의 자전거가 길게 늘어선 무인 대여소가 나타난다. 파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벨리브(Velib ·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가 구현되는 장소다. 벨리브를 통해 대여되는 자전거는 하루 18만여대.도입 2년 만에 파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그린 교통' 바람이 유럽에서 뜨겁다. 유럽에선 이미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돼 있다.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도 자전거 이용을 부추기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자전거만이 아니다. 지상전차도 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자전거처럼 아무데서나 빌려 탈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도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노력이 '그린 교통'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행 2년 만에 '자전거 혁명' 성공

프랑스어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인 벨리브는 친환경 교통혁명을 주도하는 파리시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일반 자전거와 다른 독특한 모양의 벨리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벨리브가 도입된 것은 2007년 7월.1년 만인 지난해 7월까지 누계 이용횟수가 2600만건에 육박했다. 올 7월에는 5600만건으로 늘어날 정도로 확고부동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하는 샐러리맨도 대부분 벨리브를 이용한다. 요즘 같은 관광시즌에는 이용 횟수가 평소의 2배 가까운 하루 18만건으로 늘어났다. 출범 2년 만에 '자전거 혁명'이 성공 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자전거 보관소와 별 차이가 없는 벨리브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질다 로베르 파리시 교통정책총괄책임자는 "저렴한 요금과 편리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값싼 요금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일반 자전거 대여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벨리브 대여소는 300m 간격으로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파리 시내에만 1800여 곳이 있다. 여기에 비치된 자전거 수만 1만8000여대.외형도 일반 자전거와는 다르다. 벨리브 자전거는 비를 맞아도 녹이 잘 슬지 않도록 핸들과 체인 부분에 플라스틱 덮개를 씌웠다.

파리 시민은 1년에 30유로(약 5만3000원)를 내면 정기권에 해당하는 벨리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벨리브 카드가 없는 관광객들이나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무인 대여기에다 신용카드나 지하철 및 버스 등을 탈 수 있는 교통카드를 갖다 대면 된다. 요금은 1유로.지하철 요금이 1회당 1.6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싸다.

벨리브는 30분 이내에 다른 대여소에 세워진 자전거를 갈아타면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하고 있어 늦은 밤 지하철이 끊겨도 택시 대신 벨리브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종 귀가 풍속도가 등장했을 정도다. 로베르 교통정책총괄책임자는 "설문조사 결과 벨리브 시스템에 대해 파리시민의 94%가 만족했으며,90%가 공해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며 "벨리브 도입 이후 자전거 이용객이 늘어나 일반 자전거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지상 전차 '트램'도 도입

파리시의 교통혁명은 비단 벨리브만이 아니다. 2001년부터 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했다. 벨리브 시행에 앞서 자전거 전용도로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인도가 좁아 별도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버스전용차로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했다. 신형 트램(지상전차)도 옛 순환도로에 도입했다.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차로 2006년 12월 절반 구간 정도가 부분 개통됐다. 현재 하루 11만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 2012년 나머지 구간을 합쳐 총 22.4㎞의 트램 구간이 완성되면 하루 이용자 수는 27만5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파리시는 트램 설치를 위해 왕복 6차선 규모의 파리 시내를 지나는 옛 순환도로를 3차선으로 줄였다. 과감한 차량 통행 억제 정책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3개 차선 중 2개 차선에는 트램을 다니도록했다. 나머지 1개 차선은 인도를 넓히거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데 활용했다. 트램이 지나는 선로에는 3만6000㎡ 면적의 잔디를 깔고 11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파리시 분석에 따르면 트램 설치 이후 파리 시내 자동차 사고율은 40% 정도 감소했다.


◆전기자동차도 무인대여 시스템으로

벨리브 등 잇따른 교통혁명의 성공에 고무된 파리시는 다음 야심작으로 무인 자동차 대여 시스템인 '오토리브(Autolib)'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대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를 무인으로 이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자동차 버전의 벨리브 복사판인 셈이다. 파리시는 2011년 550~600대의 자동차를 배치해 운영한 뒤 차츰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오토리브에 쓰일 전기 · 하이브리드 자동차 공급을 위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입찰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매년 16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파리에 전기자동차를 공급할 경우 막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파리시는 주행거리(80㎞ 이상),이산화탄소 배출량,가격 등을 종합 평가한 뒤 공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성길 KOTRA 파리센터 차장은 "파리에서 펼치고 있는 교통정책을 런던,시카고,싱가포르 등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한국도 현지 실정에 맞는 방안들을 응용한다면 교통 · 환경면에서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