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ㆍ美관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미국인 기자 2명을 데리고 귀국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해볼 만한 '사건'임이 확실하다. 수개월째 구금중이던 미국 기자들을 북이 전격 내보내준 것이나 북이 먼저 클린턴을 지목해 특사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점,즉각적인 자체 보도와 환대 등을 감안하면 북의 대미 유화 제스처는 미북관계뿐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미칠 것은 분명하다. 클린턴 방북이 궁극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突破口)가 될 가능성에도 주목하며,이와 관련해 몇몇 현안이 먼저 가닥 잡히길 바란다.

당장 가장 큰 관심사는 물론 개성근로자 유모씨와 연안호 선원 4명 등 우리 국민들의 신변문제다. 유모씨의 자유로운 귀환은 개성공단의 장래와도 직결된 사안이라는 것은 그간 수없이 강조했던 점이다. 또 단순한 착오로 월경한 선원들도 북이 억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도 재론할 것이 못된다. '우리 민족끼리'를 늘 강조하는 북이 미국의 여기자들을 보낸 만큼 이들도 당연히 귀환조치해야만 한다. 이 문제가 조기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 경색은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대목은 북미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은 기자들의 석방 이면에 가려진 오바마 미 행정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심지어 의미있는 메시지의 유무 자체부터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핵실험에 나선 북한을 제재하는데 앞장섰고 양쪽간에 오간 말들도 험하기 그지없었던 것이 바로 최근까지의 일이었다. 그런데 집권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 북한을 전격 방문한데다 성과도 거뒀다. 최근 일련의 대북 메시지를 되돌아볼 때,우리 정부는 그간 뭘 해왔고 이 상황에선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중요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남북간 현안은 명확하고 주변 돌아가는 것이 미묘한 시점이긴 하지만 자칫 이번 일로 우리 내부의 갈등이 빚어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는 결코 정치적 이용이나 정파적 타산으로 접근할 일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 사태추이를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