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틀스도 쓰라린 무명시절이 있었네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 마크 루이슨 지음/ 권영교 외 옮김/ 생각의나무/ 468쪽/ 6만9000원

2009년 9월9일 오전 9시9분.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의 문이 열리자 비틀스의 디지털 음반을 사기 위해 팬들이 달려들었다. 이날 비틀스의 모든 앨범을 디지털로 리마스터한 음반과 '더 비틀스:록 밴드' 비디오 게임이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되자 지구촌의 '미틀마니아'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에 맞춰 '비틀스 바이블'로 불리는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더 컴플리트 비틀스 크로니클)》의 한글 완역본이 출간됐다. 이 책은 1957년 쿼리 멘 시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만남부터 1970년 해산까지 비틀스의 모든 공연과 연주 활동,음반 작업,TV · 영화 · 라디오 출연 기록 등을 연도별로 총합한 마니아북.영국의 문화역사가 마크 루이슨이 7년간 EMI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보관된 비틀스의 녹음 자료를 다 듣고 수많은 인터뷰를 거쳐 완성한 '비틀스 콘사이스'다. 비틀스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저자에 대해 "비틀스를 다룬 모든 작가 중에서 가장 뛰어나며 비틀스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평할 정도의 역작으로 꼽힌다. 몇 번이나 이름을 바꾸면서 무명의 쓰라림을 겪어야 했던 초기 비틀스의 모습,최초의 원정 공연인 독일 함부르크와 그해 12월27일 리버풀 타운홀 볼룸의 공연으로 '비틀마니아'를 탄생시킨 여정 등이 일기처럼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 · 1963)에서 '렛 잇 비'(Let It Be · 1970)까지 정규 앨범 12장과 영화 OST인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 · 1967) 등의 작업 과정과 투어 일정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당시의 광고와 선전물,출연 계약서,신문기사,희귀 사진 500장 등이 실려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한국어판에는 몇 가지 보너스가 더해졌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고급 컬러 화보를 별도로 구입해 이를 추가했다. 또 '비틀스에 의해 내 청춘은 트로트와 군가의 정서로부터 진화할 수 있었다'(김훈 소설가) 등 국내 유명 인사들의 비틀스 관련 추억을 곁들엿다. 그만큼 읽는 맛과 느끼는 여운이 깊고 크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비틀마니아'를 흥분시키는 역작.존 레논과 오노 요코 얘기만 기억하는 사람도 한 권쯤 소장할 만한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