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PER 亞 최저수준…상승여력 아직있다

기술적 지표도 아직 과열신호 없어
조선ㆍ철강ㆍ화학株 등 순환매 가능성
코스피지수가 한 달 새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지만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주가 부담이 덜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이익 증가 속도가 빨라 주가 상승을 상쇄하고 있어서다. 기술적 지표에서 아직 과열 신호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도 기업이익 증가세가 탄탄한 만큼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도주 이외의 업종으로 순환매가 유입될 경우 지수는 추가 상승에 나설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업이익 증가 속도 빨라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종가로 산출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조사됐다. 세계 이머징시장 PER가 12.6배,아시아 이머징 14.1배,선진국 14.4배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중국(13.4배)은 물론 싱가포르(15.5배) 홍콩(16.5배) 대만(19.6배) 등 아시아 주요 증시의 PER는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이후 270포인트 이상 급등했지만 PER는 오히려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MSCI 기준으로 7월 한국의 PER는 11.8배였으나 8월에는 11.7배로 소폭 떨어졌고 9월에도 같은 폭 하락했다.

이처럼 지수 상승에도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부담이 덜한 것은 향후 기업이익 추정치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의 향후 12개월 후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7월 초 30.9%에서 이달 10일에는 35.7%로 올라갔다. 주가가 올랐지만 기업이익 추정치도 함께 상승해 PER 수준은 거의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달 들어 중국의 12개월 예상 EPS 증가율은 18.0%에 그쳤고 인도(28.3%) 홍콩(10.1%) 등도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전략분석실장은 "IT 업종의 이익 상승세는 4분기부터는 점차 둔화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철강 온라인쇼핑 비철금속 등은 3 · 4분기 연속으로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 지표 평균 수준

기술적 분석으로는 과열 국면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선물 · 옵션 동시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동결 등을 거친 후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이전 박스권의 고점이었던 1620선이 새로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500선과 1600선을 돌파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이전 고점을 지지선으로 삼는 새로운 박스권을 만들어낸 뒤 추가 상승해 온 추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1620~1650선 사이에서 쉬어갈 수 있지만 우상향의 방향성을 갖고 있어 추가 상승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단기 과열 징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20일 이격도(현 주가를 20일 이동평균선으로 나눈 값)와 투자심리선(최근 10거래일 중 상승 일수의 비중)은 각각 103.3과 50으로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이격도가 115 이상으로 벌어져야 과열을 논할 수 있다"며 "현재 이격도는 코스피지수가 1550선을 뚫은 지난달 초의 109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심리선 역시 상승과 하락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등락 비율이 125%는 넘어야 통상 과열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8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덜 오른 종목 '키맞추기'가 관건

전문가들은 IT 자동차 등 주도주는 중장기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덜 오른 업종들이 활발하게 주도주와의 '키맞추기'에 나서야 단기적으로 지수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려면 국내외 경기 회복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수출주의 주도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내수주들이 상승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덜 올랐던 기계 조선 철강 화학 등 산업재 섹터로 순환매가 들어오면 시장은 한결 여유를 찾을 것이란 진단이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산업재 관련주는 IT 자동차 등에 비해 이익 모멘텀은 덜하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조선 철강 화학 업종으로 순환매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강현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