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전세시장의 '진실게임'

요즘 전세 시장 상황은 심각하다.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로 철거되어 이주할 집을 찾는 서민에서부터 아파트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는 직장인까지 전셋값이 올라 걱정이 태산이다. 집주인마저 세입자가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해 예정된 집수리를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은 물론 경기도 분당,용인,남양주 등 수도권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세 물건을 구할 수가 없다"며 상황을 설명한다.

매주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내놓는 통계에서도 전셋값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주에는 2006년 10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서울지역 전셋값은 지난주 0.33% 오르며 연중 최고 상승률을 3주 연속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지난해 서울 잠실 일대에 신규 입주가 집중되면서 비정상적으로 내려갔던 가격이 회복되면서 발생한 착시라는 것.재개발지역 철거 및 이주에 따른 다가구 · 다세대 주택의 전세난에 대해서도 "언론보도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특단의 집값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서울시 담당부서 관계자들은 "전셋값 불안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와 다르다"며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주장은 다소 과장된것"이라고 반응했다는 후문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도 며칠 전 라디오방송에 출연,"최근 전셋값 상승은 예년과 비교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셋값이 조만간 안정되는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전세 수요자들은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 서울에서 서울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의 애환을 알고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지…"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팔짱을 끼고 "큰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당국자들이 소상히 답해야 한다.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부동산 시장의 전세난이 과장됐다면 정확한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예컨대 재개발 이주 수요가 부풀려졌다면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올해 재개발 이주 세대 수는 얼마인지 알려야 한다.

노경목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